[英IISS 전략문제논평]유럽, 중동평화에 기여할까

  • 입력 1997년 2월 2일 19시 57분


동아일보는 전략문제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의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 논평」(Strategic Comments)중 「유럽과 중동평화협상」을 요약 소개한다. [정리·런던〓李進寧특파원] 지난해 10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의 다마스쿠스 예루살렘 예리코 카이로 순방으로 유럽의 중동평화협상 개입에 대한 새로운 논의가 일고 있다. 관련국들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시기에 제기된 이같은 논의는 주로 이 지역에 대한 개발원조와 금융지원 외에 유럽이 평화에 공헌할 수 있는 어떤 다른 구체적인 것이 있느냐에 모아졌다. ▼이―팔협정 이행촉구▼ 이는 비단 중동지역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시라크의 방문은 이 지역에 배타적인 정치적 간여를 하고 있는 미국의 독주에 대한 일종의 경각심 제기일 수도 있다. 즉 유럽연합(EU)이 일관된 공동 외교안보정책을 펼치지 못할 경우 유럽은 단지 미국의 세계지도력에 대한 지원역할밖에 행하지 못한다는 경각심인 것이다. 그의 방문은 지난 9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의 폭력사태로 평화협상이 저조를 보이고 있을 때 이뤄졌다. 또한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르드당 정부가 다음 단계의 협상을 놓고 아무런 진전도 보이지 못한 채 서안지구 헤브론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못박은 95년협정의 일부 조건을 재협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을 때와 시기적으로 일치하고 있다. ▼親아랍 입장 뚜렷▼ 95년협정은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당국(PA)으로의 권력이양에 대한 잠정조약, 즉 오슬로협약의 일부로서 이뤄진 것이다. 이스라엘의 재협상 움직임은 헤브론협정의 본질에 대한 도전으로 이는 평화협상 자체가 흐지부지되는 위험에 처하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시라크는 받아들였다. 이같은 위급성 감지는 정치협상의 유일한 외부지원자인 미국이 대통령선거(96년11월)에 사로잡혀 어떤 쪽에도 협상의 진전을 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그는 중동평화에 대한 유럽의 관심과 EU가 이 지역에 행한 금융 및 경제적 공헌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간여가 비단 프랑스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님을 강조했다. 다른 유럽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시라크대통령은 또한 팔레스타인과 다른 이스라엘 인접 아랍국들의 사기를 북돋우는데 관심을 보였다. EU는 96년10월초 서안지구에서의 폭력충돌에 대한 양측의 자제를 촉구했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해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평화협상에 대한 약속을 지킬 것과 불신을 야기할 수도 있는 어떠한 행동도 삼갈 것을 신랄하게 촉구했다. 시라크 순방에 뒤이어 EU의장국을 대표한 딕 스프링 아일랜드외무장관과 말콤 리프킨드 영국외무장관도 이 지역을 방문했다. 11월말경에는 오스카 루이지 스칼파로 이탈리아대통령이 이집트를 방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헤브론문제와 서안지구에 유태인 정착촌을 확대하려는 이스라엘의 의도에 대한 유럽의 관심을 재확인시켰다. ▼회원국간 이해 상충▼ 12월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기구(OSCE)회의에서 시라크대통령과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총리는 네타냐후총리에 대해 점령지에서의 정착활동 확대정책에 대한 자신들의 반대입장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는 다른 모든 유럽정부들로부터도 공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유럽은 서안지구에서의 이스라엘 확대정책은 불법적일뿐 아니라 즉각 중단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분쟁과 테러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피력해왔다. 시라크의 유럽을 대표하는 듯한 행동에 대해 다른 유럽지도자들은 직접적으로 그를 비난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스라엘을 방문한 리프킨드 영국외무장관은 『협상테이블에는 오직 외부중재인을 위한 하나의 좌석만이 있을뿐』이라는 발언을 했다. 프랑스정부와 언론들은 이를 중동평화협상에서 유럽의 정치적 영향력을 증대시키려는 시라크의 시도에 대한 암묵적인 반박으로 해석했다. ▼“무기수출위한 술책”▼ 중동에서의 새로운 영향력 증대를 모색하고 있는 유럽이 맞고 있는 장애중 하나는 그들이 이 지역에서 갖고 있는 상업적 정치적 이해관계의 복잡함이다. 리프킨드 영국외무장관의 이 지역방문은 프랑스와 영국이 91년 걸프전 이후 무기거래를 둘러싼 극심한 경쟁상태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의 방문에 앞선 시라크대통령의 중동방문 또한 아랍국가들에 대한 프랑스의 무기거래를 증가시키기 위한 것으로 일부 분석가들은 냉소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볼 때 EU는 50% 이상에 달하는 수출과 70%에 달하는 수입으로 점차 더 중요한 무역상대국이 돼 가고 있다. 이스라엘은 연구개발협력협정을 포함, 95년 EU와 조인한 새로운 일련의 제휴협정으로 점차적으로 유럽의 영역권으로 이동해가고 있다. 유럽이 중동평화협상과 관련해 단순히 미국의 중재를 지원하기 보다는 이스라엘에 보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음은 바로 여기에 까닭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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