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년간 대학과 병원, 어린이보호단체 등 비영리기관에 6억달러(약5천1백억원)이상을 익명으로 기부해 그동안 미국 언론의 끈질긴 추적을 받아온 사업가의 실체가 밝혀졌다.
뉴욕타임스는 23일 화제의 주인공이 뉴저지주에서 공항면세점 그룹을 운영하고 있는 찰스 피니(65)라는 사실을 최초로 보도했다.
그러나 그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그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뤄졌다. 그가 이번주 초 그동안 운영해 온 회사를 매각함에 따라 새 주인이 인수한 회계장부에서 놀라울 만큼 많은 액수의 기부행위가 이뤄진 사실을 알고 뉴욕타임스에 제보를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코넬대시절 군복무를 전제로 정부가 제공하는 학자금 융자로 수업료를 내고 심야식당에서 샌드위치를 팔아 생활비로 쓰면서 어렵게 공부를 했다.졸업후 군복무를 마친 그는 70년대초 대학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개념의 공항면세점 체인을 설립하면서 돈방석에 올라 앉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연간매출액은 작년기준 30억달러(약2조5천억원)로 추산된다.
돈이 벌리기 시작하자 그는 곧 두개의 비영리재단을 세웠다. 그리고 회사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제외하고는 벌어들인 돈의 거의 대부분을 이 재단을 통해 사회기관에 익명으로 기부했다. 그는 현재 집 한채도 갖고 있지 않고 자동차도 소유하지 않은 채 빌려 쓰고 있을 정도이며 그가 차고 있는 시계는 시중에서 15달러만 주면 살 수 있는 것을 15년째 쓰고 있다고 그의 친구가 귀띔해 줬다.
그가 기부한 6억달러는 대학에 47%, 국제기구에 24% 그리고 어린이와 노인을 위한 시설에 19% 등이 쓰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기자들과의 면담을 거부한 채 타임스와의 짤막한 전화인터뷰를 통해 거액기부의 이유를 『내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면 필요한 돈의 규모가 얼마냐는 질문에 대해 『사람들 한테 돈은 매력적일 수 있지만 누구도 한번에 두켤레의 구두를 신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면담을 끝내 고사하는 바람에 신문에는 대학시절 앨범에서 복사된 그의 빛바랜 사진이 실렸을 뿐이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