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페루대사 「조건부 석방」…『협상뒤 귀환』

  • 입력 1996년 12월 21일 19시 52분


【리마〓李圭敏특파원】페루주재 일본 대사관저에 인질로 잡혀있던 李元永(이원영)대사 등 일부인질이 풀려나고 좌익 게릴라들이 정부측과의 협상시한을 21일까지로 못박아 인질사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대사는 사건발생 71시간만인 20일 오후 7시 22분(한국시간 21일 오전 9시22분) 풀려났는데 게릴라들에 의해 협상위원회의 한명으로 지명돼 21일 낮 12시까지 페루정부와의 협상결과를 갖고 일본대사관저에 다시 들어간다는 조건이다. 그러나 지난18일 1차 협상중재자로 나온 앤서니 빈센트 캐나다대사 등은 페루정부의 반대로 게릴라들과 재접촉을 하지 않았으며 인질상태로 돌아가지도 않았다. 이대사는 이날 풀려난후 병원으로 옮겨져 간단한 건강진단을 받았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석방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동안 본의 아니게 국민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하고『외교관은 항상 잠재적인 위험가능성속에 일하고 있기 때문에 담담하게 각오하고 있었다』고말했다. 게릴라들은 이날 이대사 이외에 루이스 쿠티노 브라질대사와 사미 테오피크 이집트대사 등 3명의 외교관과 2명의 페루정치지도자를 포함, 총 39명의 인질을 석방했다. 이에따라 인질들의 수는 당초 알려진 3백80여명에서 3백40여명으로 줄었으나 아직 정확한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대사는 이날밤 브라질 대사관저에서 이집트 대사등과 함께 협상중재자로서의 향후 행동방침에 대해 논의했으나 그는 게릴라들의 요구사항이나 협의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페루정부는 인질범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을 세우고 이날오전 9시 일본대사관저에 대한 전기와 수돗물공급을 단절했는데 이는 페루정부가 무력진압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인질범들은21일까지 자신들의 요구를 정부측이 이행하지 않으면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20일 통보했다. 또 AP통신에 보낸 지원본부 명의의 성명에서 투옥중인 동료를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만일 정부가 무력 진압에 나선다면 우리의 조직원들이 다른 주요목표들을 공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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