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스님 탄생, 법명 ‘가비’…“사람에 대들지 않고 과충전 않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5월 6일 15시 53분


조계사서 첫 수계식 봉행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법명이 쓰인 이름표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5.6 뉴스1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로봇 수계식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G1 ‘가비’가 법명이 쓰인 이름표를 받고 있다. (공동취재) 2026.5.6 뉴스1
“(오계 중 첫 번째는)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입니다. 해치지 않겠습니까?”

“예, 않겠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총무원장 진우 스님)이 올해 부처님오신날(5월 24일)을 앞두고 6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로봇 수계(受戒)식’을 봉행했다. 수계식은 불교 계율에 따라 살 것을 서약하는 의식이다.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해 교리 설명, 사찰 안내 등을 하는 사찰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날 ‘가비’란 법명을 받은 휴머노이드 로봇 한 대가 수계를 받았다.

‘가비 스님’의 수계 절차는 일반 불자의 수계 절차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의(大衣·비구가 입는 삼의 중 하나) 차림에 가사를 두른 가비는 스스로 걸어 입장해 합장했다. 삼귀의(三歸依·불·법·승 삼보에 돌아가 의지하게 하는 불교 의식)와 오계(五戒·불교의 다섯 가지 계율) 수계 과정에서 대중은 가비의 대답을 합창으로 화답하며 의식에 동참했다. 향불로 팔을 태우는 수계 의식인 연비(燃臂)는 로봇 팔에 연등회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날 행사에선 ‘살생하지 말라’ ‘거짓말하지 말라’ 등 오계를 변형한 ‘로봇 오계(五戒)’도 발표됐다. 로봇 오계엔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는 것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는 것 △사람을 잘 따르고 대들지 않는 것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는 것 △에너지를 아끼고 과충전하지 않는 것 등이 담겼다.

이날 수계식에서 승려에게 계를 주는 직책인 전계대화상은 총무원 총무부장 성웅 스님이, 조계사 주지 담화 원명 스님이 증명법사(證明法師)를 맡았다. 또 총무원 문화부장 성원 스님이 갈마 아사리(阿闍梨·승가의 스승)를, 교수 아사리는 문화국장 성만 스님이 담당했다.

성웅 스님은 수계식 법문에서 “유정과 무정 모두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하였으니 로봇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금년 연등회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새롭게 탄생한 로봇 스님이 진실한 불자로서 그 역할을 다해 주리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가비 스님은 이후 조계사 경내에서 대중과 탑돌이도 함께 했다. 16일 서울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연등 행렬엔 가비와 함께 ‘석자’, ‘모희’, ‘니사’ 등의 법명을 받은 로봇들도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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