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편소설집 ‘약속의 세대’를 펴낸 백온유 작가는 “20,30대가 자격증 따고, 학교나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그런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을거란 기대 때문일 것”이라며 “그 약속이 과연 지켜지는 사회인지 질문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열심히 살면 언젠가 더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달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 믿음이 끝내 지켜지지 않았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백온유(33) 작가의 첫 단편소설집 ‘약속의 세대’(문학동네)는 약속된 미래를 믿었다가 기만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일곱 편에 걸쳐 담았다.
30일 동아일보사에서 인터뷰한 백 작가는 “일곱 편 모두에 실제로 ‘약속’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다”며 “어떤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굳게 믿었던 약속을 배신당하는 과정이 계속 등장한다”고 설명했다.
노인 돌봄을 중심 소재로 삼은 ‘의탁과 위탁 사이’는 어린 시절 할머니에게 몸을 맡겨야 했던 손녀가 이제 그 할머니를 돌봐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의탁과 위탁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헤매는 이야기다. ‘반의반의 반’은 사라진 돈을 계기로 삼대 모녀 사이에 켜켜이 쌓인 갈등을 다루는 작품으로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작이다. 백 씨는 “상반되는 할머니 캐릭터를 보여줌으로써 좀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회생’과 ‘사망 권세 이기셨네’는 친구 관계를 다룬다. ‘회생’은 거짓말로 망가진 우정, ‘사망 권세…’는 사이비 종교로 얽힌 두 청년의 이야기다. ‘한 번 망가진 삶은 회복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나의 살던 고향은’, ‘광일’은 소설집에서 가장 최근에 쓰인 작품들이다. 뚜렷한 기승전결 대신, 충동성과 돌발성이 두드러진다. 그는 “시간에 쫓겨 쓰다 평소와 다른 결이 자연스럽게 배어들기도 했고, 새로운 것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반영된 것이기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을 읽은 독자들이 “덜 외로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람이 힘들 때 ‘나만 이렇게 힘든가’ 싶으면 되게 힘든 거라고 생각하잖아요. 나와 똑같은 아픔을 가진 사람이 옆에 있으면 조금은 덜 외롭잖아요. 고통을 이겨낼 방법을 제시하기보다 비슷한 고통을 안고 분투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 게 소설의 역할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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