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를 버티게 할 음식, 힘들게 할 음식[정세연의 음식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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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년 12월 21일 16시 31분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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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
“갱년기 증상이 왜 나만 이렇게 심할까.”

같은 시기를 지나는데도 누군가는 비교적 담담하게 넘기고, 누군가는 얼굴이 달아오르고 잠을 설치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탄다. 땀이 쏟아지고 관절이 쑤시고 이유 없는 우울감이 몰려오면 “내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갱년기의 출발점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 감소다. 같은 호르몬 변화를 겪어도 몸이 버텨 내는 힘에는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음식이다. 갱년기에는 뼈가 약해지고 세포가 수분을 붙잡는 힘이 떨어지며 감정 조절도 흔들린다. 이때 몸에 불리한 음식은 증상을 키우고, 도움이 되는 음식은 변화의 속도를 늦춘다.

문제는 우리가 무심코 먹는 것들에 있다. 탄산음료가 대표적이다. 갱년기 이후 가장 먼저 신호를 보내는 곳은 뼈다. 탄산음료에는 인 성분이 많다. 칼슘 섭취는 부족한데 인이 과하면 뼈에 있던 칼슘이 빠져나간다. 탄산음료 대신 레몬즙을 더한 탄산수로 바꾸면 어떨까.

술과 카페인도 갱년기 몸에는 부담이 된다. 이 시기의 많은 여성은 이미 만성 탈수 상태에 가깝다. 세포가 수분을 붙잡는 힘이 약해지면서 피부와 입, 눈까지 건조해진다. 그런데 술은 이뇨를 촉진하고 카페인은 개인에 따라 소량에도 수분 손실을 키운다. 커피뿐 아니라 홍차, 녹차, 콜라, 에너지 음료, 초콜릿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질수록 단 음식이 당기지만, 이 역시 악순환을 만든다. 설탕이 많은 간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렸다가 떨어뜨린다. 이런 변동성이 커질수록 불안과 우울, 짜증이 잦아진다. 단 것이 필요할 때는 설탕 대신 과일이나 소량의 꿀로 조절해 보는 편이 낫다.

그렇다면 무엇을 먹어야 할까. 핵심은 노화와 염증을 동시에 잡는 음식이다. 베리류가 그렇다. 딸기, 블루베리, 아로니아는 물론 복분자, 오디, 구기자도 좋다.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세포가 ‘녹스는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뼈 건강을 위해서는 발효콩이 빠질 수 없다. 콩 자체도 좋은 단백질원이지만 갱년기에는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칼슘이 뼈에 제대로 자리 잡도록 돕는 비타민 K2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성분은 자연식품 중 발효콩에 거의 유일하게 들어 있다. 낫또, 된장, 청국장, 템페 같은 발효콩은 단백질과 뼈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음식이다.

수분 섭취도 방식이 중요하다. 갱년기의 건조증은 물을 적게 마셔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다. 세포가 물을 붙잡지 못하는 상태에서 물만 많이 마시면 흡수되지 못한 수분이 그대로 빠져나간다. 이럴 때는 슴슴한 국물이나 수분 함량이 높은 채소와 과일이 도움이 된다.

음식이 갱년기 증상을 치료해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몸이 변화를 견뎌낼 수 있도록 돕는 완충장치는 될 수 있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줄이고 무엇으로 바꿀지부터 점검해 보자. 갱년기를 힘들게 만드는 음식은 덜어내고, 몸을 지지해 주는 음식으로 채우자. 그 작은 선택의 차이가 이 시기를 통과하는 방식까지 바꾼다.

정세연 한의학 박사는 음식으로 치료하는 ‘식치합시다 정세연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유튜브 ‘정세연의 라이프연구소 채널’을 통해 각종 음식의 효능을 소개하고 있다. 12월 기준 채널 구독자 수는 약 111만 명이다.

※정세연 원장의 ‘갱년기에 좋은 음식 & 갱년기에 나쁜 음식’
https://www.youtube.com/watch?v=ZrYuGysd9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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