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사망’ 선구자 미넬리 93세로 별세…스스로 생 마감

  • 뉴시스(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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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삶을 끝낼 권리를 옹호해온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 ‘디그니타스(Dignitas)’의 창립자 루드비히 미넬리가 조력사망으로 향년 93세에 생을 마감했다.

현지 공영 매체 스위스인포(SWI) 등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디그니타스가 낸 성명을 인용해 “미넬리 대표가 토요일 스스로 삶을 끝내는 방식을 선택했다”며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임종과 관련한 문제에서 개인의 선택권과 자기결정권을 확대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 왔다”라고 전했다.

언론인 출신 변호사였던 미넬리는 1998년 디그니타스를 설립한 뒤 스위스 연방대법원과 유럽인권재판소(ECHR)에서 잇따라 승소하며 조력사망 제도의 윤리·법적 근거를 확립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디그니타스는 회원 수 1만 명이 넘는 스위스 내 대표적 조력사망 단체로 알려져 있다.

디그니타스 창립 이후 국제사회에서도 조력사망 제도 도입이 빠르게 확산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2015년 이후 조력사망 또는 의사조력자살 제도를 법제화했으며, 미국 역시 10개 주에서 관련 법이 시행 중이다.

프랑스도 최근 말기 환자에 한해 제한적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영국에서는 지난 6월 하원 표결을 통과한 조력사망 법안이 현재 상원에서 논의되고 있다.

스위스는 타인이 약물을 직접 투여하는 형태의 안락사는 불법이지만, 본인이 명확한 의사로 약물을 스스로 투여하는 조력사망은 수십 년간 합법이다.

디그니타스는 이러한 법적 구조 아래 스위스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조력사망 서비스를 제공해 국제적으로 알려졌으며, 지난해까지 4000명 이상이 이 단체를 통해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디그니타스는 “미넬리가 남긴 철학과 법적 기반 위에서 정신을 이어받아 삶과 죽음의 자기결정을 옹호하는 국제 조직으로 활동을 이어가겠다”며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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