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5 APEC CEO 서밋’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0.29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1월 출범 후 가장 낮은 36%를 기록했다. 트럼프 1·2기 행정부를 합쳐 최저 지지율은 앞서 1기 때 마지막 달(2021년 1월) 34%였는데, 2기 집권 후 1년도 안 돼 당시 최저치에 이미 근접한 것이다.
특히 2기 출범 후 줄곧 89% 이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온 여당인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율도 이번에 84%로 뚝 떨어져, ‘콘크리트 지지층’ 이탈 조짐마저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강성 지지층을 결집해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불도저처럼 밀어 붙여온 만큼, 지지층 이탈이 계속되면 국정 운영의 동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지지층이 흔들리면 트럼프 정부의 핵심 기조인 관세 정책 등의 동력 역시 약화 될 수 있어, 한국 등 주요 무역협상국들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단 관측도 제기된다. ● 공화당 지지층서 트럼프 2기 출범 후 지지율 가장 낮아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지난달 3∼25일(현지 시간) 미국 성인 1321명을 상대로 조사해 같은 달 28일 발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4%포인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호감도는 36%였던 반면, 비호감도는 60%에 달했다. 이번 조사 기간엔 지난달 12일 종료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 기간이 일부 포함됐다.
이번 36%의 지지율은, 매달 실시되는 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2기 출범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의 지지율은 1월 47%로 가장 높았고, 7월(37%)을 제외하곤 쭉 40%대를 유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기 땐 2017년 1월 45%로 시작한 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에 대한 호평으로 49%의 최고 지지율을 찍었다. 이후엔 30~40%대를 넘나들다, 대선 결과에 불복한 그의 지지층이 2021년 1월 6일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한 사상 초유의 사건 이후 기록한 34%의 지지율을 마지막으로 임기를 마쳤다. 1기 재임 당시 평균 지지율은 41%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낮았다.
이번 조사에선 특히 공화당 지지층과 무당파의 지지율이 전달과 비교해 각각 7, 8%포인트 급락하며 84%와 25%를 기록했다. 공화당 지지층의 지지율은 2기 출범 후 가장 낮았고, 무당파의 경우 1, 2기를 합쳐 최저치다. 갤럽은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연방정부 셧다운, 공화당의 (뉴욕시장 등) 선거 패배, 그리고 계속되는 생활비 부담 우려가 지지율 하락, 특히 공화당 지지층과 무당파의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번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 단 3%만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1기 때도 당파에 따른 지지율 격차가 큰 편이었는데, 2기 때도 이 같은 경향이 이어지는 것. 2기 출범 후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율 중 가장 높은 수치는 6%였다. ● 경제, 이민 등 핵심 정책 지지율도 떨어져
현안별 지지율에선 9개 항목 중 경제(36%), 중동 문제(33%), 연방 예산(31%), 우크라이나 상황(31%), 의료 정책(30%) 등 5개에서 전체 지지율(36%)보다 낮게 조사됐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핵심 기조인 ‘경제’와 ‘이민’ 분야에선 앞서 2월 조사와 비교해 각각 6, 9%포인트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갤럽은 “경제, 이민 등 과거에는 상대적 강점이던 국내 이슈들조차 더는 우세하지 않다는 것”이라며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약화 되고 있고, 무당파에선 부정 평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래리 사바토 버지니아대 정치센터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트럼프 대통령의 11월을 평가하며 “대통령 1년 차에 이렇게 최악의 달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면서 “임기의 80% 이상이 아직 남았지만, 그는 이미 상처를 많이 입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 안팎에선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 트럼프 정부의 ‘관세 폭탄’이 부메랑처럼 날아와 ‘물가 폭탄’이 돼 미국 내 민생을 강타할 수 있단 전망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지고, 국정 동력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이에 트럼프 정부가 내년 11월 중간선거 등을 의식해 결국 관세 정책 등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정에 나설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다만, 반대로 이 같은 지지층 이탈 조짐이 더 강한 관세, 반(反)이민 정책 등을 부르는 계기가 될 거란 전망도 있다. 자신의 정책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해 지지층 결집에 나설 수 있단 의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