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레이싱카 만들던 마이클 풀러
질롱서 고성능 열교환기 승승장구
“기술인력 많고 기업용 인프라 튼튼”
호주 질롱 콘플럭스 본사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 중인 마이클 풀러 창업자 겸 회장. 질롱=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유럽에서 어린 시절의 꿈이었던 레이싱카를 만들다 사업 기회를 발견했습니다.”
호주 출신 마이클 풀러 ‘콘플럭스’ 창업자 겸 회장은 유럽 모터스포츠 업계에서 엔지니어로 약 15년간 근무한 뒤 고국으로 돌아가 열교환기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최근 질롱 본사에서 만난 풀러 창업자는 유럽에서의 경험을 통해 열교환기라는 ‘니치 시장’을 개척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F1 산업은 항상 최전선에서 새로운 기술을 찾아 나서고, 그 과정에서 적층제조 열교환기를 접하게 됐다”며 “산업계 전반에 열 전달 효율 개선을 원하는 강력한 시장 수요가 존재한다고 판단해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열교환기는 기계의 열을 식혀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을 높여주는 핵심 부품이다. 자동차, 항공기, 데이터센터 등 사실상 모든 기계에 들어가고 소형화와 경량화가 관건이다. 콘플럭스는 3D 프린팅 적층제조 특허 기술을 사용해 고성능 열교환기를 만드는 시장 선두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원재료를 한층씩 쌓는 적층제조 공법을 사용해 기하학적 자유도가 높은 맞춤 제품을 생산한다. 최근에는 에어버스와 허니웰, 슈퍼카 브랜드 파가니와 돈커부트 등에 납품했다.
풀러 창업자가 콘플럭스 본사 시설을 소개하고 있다. 질롱=이지윤 기자 asap@donga.com10여 년 전 호주로 귀국한 풀러 창업자는 연고가 전혀 없는 질롱에서 회사를 시작했다. 그는 질롱에 기술 인력이 많고, 도시가 기업하기 좋은 인프라와 문화를 갖췄다는 점을 높이 샀다. 아름다운 자연경관 등 거주 만족도가 높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멋진 장소라고 생각하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회사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다”고 했다.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질롱에는 신소재, 에너지, 방산 등 다양한 분야의 첨단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약 100년간 미국 포드자동차와 협력 업체들의 공장이 자리했지만, 1990년대부터 급속한 세계화로 자동차 관련 공장들이 떠난 자리에 첨단 기업이 들어왔다. 주 정부와 시 당국이 공학 명문 디킨대에 투자하고 지역 기업인들이 미래 산업으로 전환에 적극 나선 점이 비결로 꼽힌다.
콘플럭스도 질롱과 함께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와 디킨대 출신 고숙련 인재를 채용했고, 디킨대 내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매뉴퓨처스’에 입주해 대학 연구진들과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풀러 창업자는 “열교환기 생산을 위해서는 원자재와 ‘매우 똑똑한 두뇌’가 필요하다”며 핵심 인재 유치를 위한 기업 문화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강력한 사명을 갖고 일하고, 자신의 기여를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흥미로운 도전을 계속 제공하는 데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영국, 일본 지사까지 임직원 총 55명 규모의 회사로 성장한 콘플럭스는 5년 내 해외 생산 시설 구축과 10년 내 글로벌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풀러 창업자는 “현대차의 수직이착륙(VTOL) 항공기처럼 한국 기업들의 흥미로운 차세대 사업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며 “방위 산업(방산), 전자 제품, 자동차 분야 등에서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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