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론 논란]
“수출통제가 中 반도체 자립 키워”… 빅테크 등 우려 커지자 입장 변화
HBM3E 탑재, K반도체 기대감… 美 품목관세 지연도 긍정적 신호
ⓒ뉴시스
미국이 엔비디아 고성능 인공지능(AI) 칩의 중국 판매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2022년 이후 막혔던 엔비디아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이 실제로 재개될 경우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중국 수출 검토만으로도 큰 변화”
2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H200의 중국 수출 허용 여부를 놓고 내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23년 출시된 H200은 엔비디아 최신 칩인 ‘블랙웰’ 시리즈(B100, B200) 직전에 나온 차상위 모델이다.
업계에 따르면 H200의 성능은 현재 중국 수출이 허용돼 있는 엔비디아 저사양 칩인 H20보다 4∼7배 뛰어난 수준이다. 다만 외신들은 “최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며, 논의에 따라 실제 수출 허가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H100 등 고성능 AI 칩의 대중 수출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이후 H800이란 저사양 칩을 만들어 중국에 팔았지만 이마저도 막히자 성능을 더 낮춘 H20을 내놨다.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인 올해 4월에는 H20 수출까지 통제됐다가 8월 재허가됐다. 블룸버그는 “H200 판매가 검토되고 있다는 사실은 트럼프 행정부가 그동안 보인 입장과 크게 다른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줄곧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가 실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오히려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해 왔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가속화해 미국 반도체 의존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산 AI 칩 사용을 독려하고 있다. 화웨이, 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들이 설계한 AI 칩이 H20에 근접한 성능을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CEO는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 AI(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가) 95%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지금은 0%가 됐다”고 말했다.
● 美 통제 완화, 韓 반도체엔 긍정적
H200 판매가 허용되면 한국 반도체 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200은 엔비디아 칩 중 고대역폭메모리(HBM) 5세대(HBM3E)가 처음 탑재된 모델이다. 이 제품의 중국 수출이 시작되면 최근 엔비디아의 HBM3E 품질평가(퀄테스트)를 통과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엔비디아 주요 협력사인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관련 제품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가 지연되는 것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예고했던 반도체 관세 부과를 미룰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8월 “반도체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면 오픈AI, 구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이 미국 내에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국 내 수요를 100% 충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딥시크,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들이 미국 빅테크들을 바짝 추격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관세 부과가 미국 기업들의 AI 경쟁력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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