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품귀’ 후폭풍…PC·스마트폰 ‘가격 인상·역성장’ 경고등

  • 뉴스1
  • 입력 2025년 11월 19일 07시 40분


AI 메모리 생산 확대, 범용 메모리 ‘부족’…가격 급등세
스마트폰·노트북 메모리, 원가 10% 이상…수요 감소 우려

삼성전자가 개발한 32Gb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개발한 32Gb DDR5 D램 (삼성전자 제공)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스마트폰과 노트북, PC 등의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이들 제품 원가에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은 10~20%대에 달한다.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면서 완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메모리 기업이 인공지능(AI) 메모리 생산량 확대에 주력하면서 당분간 범용 메모리 가격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경기 침체로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릴 경우 제품 판매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이 나빠지고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판매량이 감소하는 ‘진퇴양난’에 직면한 셈이다.

가격 인상에 수요 감소…내년 스마트폰·노트북 ‘역성장’

1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라 세트(완제품) 업체들이 소매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세트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인해 내년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글로벌 생산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스마트폰은 전년 대비 0.1% 증가에서 2% 감소, 노트북은 1.7% 증가에서 2.4% 감소로 생산량 전망을 수정했다.

최근의 메모리 슈퍼 사이클은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고성능 서버용 D램, 기업용 SSD(eSSD) 등 AI 관련 제품의 수요 확대가 주된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3대 메모리 기업이 여기에 발맞춰 AI 메모리 생산 확대에 주력하고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PC, 가전 등 세트에 탑재되는 메모리 생산을 줄이면서 공급 부족이 심화하고 있다.

최신 D램인 DDR5 규격 16Gb D램 현물 가격은 9월 말 7.68달러였지만 지난달 말에는 15.5달러로 두 배 상승했다. 구형 D램인 DDR4(16Gb, 2Gx8 기준)도 같은 기간 두 배가 올라 25.5달러에 달했다.

DDR4의 경우 3대 메모리 기업이 단종을 예고하면서 세트 기업들이 재고 축적에 나서면서 DDR5와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낸드 역시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지난달 평균 고정거래 가격은 전월보다 14.9% 오른 4.35달러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가로, 올해 1월 이후 10개월 연속 올랐다.

메모리 원가 비중 확대…업계 경쟁 심화할 듯

트렌드포스는 “4분기 D램 계약 가격은 전년 대비 75%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메모리가 일반적으로 전체 스마트폰 부품 원가의 10~1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올해 전체 단가는 약 8~10%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D램과 낸드 계약 가격이 내년에도 계속 상승해 전체 부품 원가가 올해 대비 5~7%, 그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이익 마진이 낮은 저가형 모델의 경우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고 다양한 제품 계층의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노트북에 대해서도 “현재 D램과 낸드는 노트북 부품 원가의 10~18%를 차지하고, 내년에는 이 비중이 20%를 넘어설 것”이라며 “브랜드들이 이런 비용 증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경우, 노트북의 평균 소매 가격은 5~15% 상승해 수요 감소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전반적으로 메모리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은 내년 노트북 시장에 원가 상승, 유통 채널의 압력 증가, 수요 감소라는 과제를 안겨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는 지난 14일 열린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SMIC의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드러났다.

자오 하이쥔 SMIC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들이 내년에 메모리 공급이 충분할 것이라는 확실한 약속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 생산 계획 수립에 상대적으로 보수적”이라며 “고객사들이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상쇄하기 위해 다른 IC(칩)의 가격 인하를 요구하게 돼 업계 경쟁이 심화한다”고 지적했다.

車 반도체, 메모리 비중 작아…수급 불안시 ADAS 영향

자동차 역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인상 영향권에 들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전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내연기관 기준 2%이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포함하면 원가 비중은 5%까지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각종 제동·조향장치를 제어하기 위해 연산·추론 목적으로 제작된 시스템 반도체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메모리의 비중은 7% 수준이다.

다만 ADAS의 경우 메모리 채용량이 많아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면 차량 납기 지연, ADAS 옵션 제외 등 가능성이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2020년 코로나19 발생 직후 중국 우한에서 생산하는 원가 몇천 원짜리 와이어링 하네스의 수출이 중단되자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이 공장 라인을 멈춰 세우는 일이 발생했다”며 “메모리 수급 불안이 장기화하더라도 원가 비중은 미미해 차량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언제든 차량 생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