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과 기타 파충류의 독특한 요산 배출 방식이 인간의 요산 관련 질환(통풍과 신장 결석)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묘사되는 통풍(痛風)과 신장 결석의 고통을 해결할 새로운 돌파구를 뱀과 기타 파충류에서 찾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통풍은 요산이라는 물질이 관절 및 관절 주위의 연부조직에 과도하게 침착되면서 발가락 관절, 발목관절이나 다리 등에 염증성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신장 결석은 요산 등 소변 내 물질들이 신장이나 요로에서 결정화되어 생기는 돌과 같은 구조물로 옆구리 통증, 혈뇨, 구토, 발열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요산은 왜 생기나?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대사 과정에서 질소 성 노폐물이 생성된다. 요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며 일부는 요산과 암모니아 형태로 배출된다. 독성이 강한 암모니아는 대개 간에서 요소로 전환되어 소변에 섞여 나온다.
그러나 파충류는 일부 질소 성 독성 물질을 고체 형태의 요산염(urate)으로 바꿔 총배설강(소화·배설·생식을 한 구멍으로 처리하는 기관)이라는 구멍을 통해 몸 밖으로 내보낸다. 이는 독특한 진화적 적응의 산물로 여겨진다. 사막처럼 물이 부족하고 건조한 환경에서 수분을 아껴 생존하는 데 유리한 쪽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파충류 20여 종 배설물 분석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와 조지아주립대학교 등 연구팀은 볼 파이톤, 앙골라 파이톤, 마다가스카르 나무보아 등 20종 이상의 파충류 고체 배설물을 분석해 모든 표본에서 요산으로 이루어진 미세한 구형 입자를 발견했다.
볼 파이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해상도 전자 현미경을 사용해 파충류의 체내 시스템이 사람과 무엇이 다른지 탐구한 결과 이들 파충류는 지름 1~1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 요산 구체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체는 물과 요산의 결합체인 더 작은 나노 결정들이 뭉쳐 형성되며, 질소 성 부산물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독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파충류의 요산이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라 암모니아 해독 과정에서 중요한 생화학적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암모니아는 고독성 물질인데, 파충류는 이를 요산으로 전환하고 다시 고체 결정 형태로 만들어 수분 손실 없이 안전하게 배출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중 기능은 독성 완화와 수분 보존이라는 두 가지 생존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고도로 진화된 생리적 메커니즘임을 보여준다.
사람 관절에 과도하게 쌓인 요산 결정, 극심한 통증 유발 하지만 사람 몸은 이러한 방식으로 요산을 처리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산이 과도하게 쌓이면 관절에 결정이 형성되어 통풍을 일으키거나, 요로에 쌓여 신장 결석을 만들 수 있다. 사람 몸에서 통풍을 유발하는 요산 결정은 날카로운 톱니 모양으로 파충류가 생성하는 미세 요산 구체와는 구조적으로 크게 다르다.
“파충류가 배출하는 요산 구체, 인간 질환 치료의 새 단서” 연구자들은 파충류의 요산 결정 형성과 안전성의 기초 원리를 이해하면, 이를 인간의 요산 관련 질환 예방과 치료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 공동 저자인 제니퍼 스위프트 조지타운대 화학과 교수는 “파충류는 요산을 독성 없이 배출하는 생리적 생존전략을 갖고 있다”며 “이 메커니즘을 모방하면 통풍과 신장 결석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