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준호는 폭력가정에서 성장한 인물. 아버지에게 맞던 어머니의 모습은 그의 오랜 트라우마였고, 군대에서 폭력의 순간을 마주할 때마다 떠오르곤 한다. D.P. 병사가 된 그는 폭력과 도망(탈영)의 인과를 목격하면서 자신의 트라우마, 가족의 상처를 더욱 깊게 고뇌하게 된다.
준호와 호열이 서로의 다른 점을 받아들이고 전우가 되는 과정, 그리고 이들의 아마추어스럽되, 재기 넘치는 나름의 추리(?)와 추격전은 흥미롭고 유쾌한 버디물의 재미를 선사한다.
그리고 이들이 보여주는 ‘청춘들의 고군분투’의 유쾌한 외피를 한꺼풀 벗겨내면 ‘D.P.’의 진짜 이야기가 나온다. ‘D.P.’는 매회 탈영병들의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는데, 이와 동시에 헌병대 소속 다양한 계급,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캐릭터와 이야기도 깊어지며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된다.
또 군대의 폐쇄적이고 억압된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 이러한 환경이기에 더욱 편리하게 폭력성을 보여주는 부류, 그리고 철저한 계급주의의 조직에서 폭력이 어떻게 전이되는지 실감나고 살벌하게 그려진다. 공개와 동시에 ‘군필’ 시청자들로부터 “드라마를 본 것만으로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온다”는 반응이 쏟아지는 이유다.
‘D.P.’ 속 탈영은 개인의 일탈만이 아닌 억압된 시스템의 결과이기도 했으며, 바꿀 수 없는 불우한 환경의 막다른 골목에서 택한 최후의 방법이었고, 인간성을 상실한 폭력이 쌓이고 쌓여 만든 참상이기도 했다.
‘D.P.’는 독특한 소재와 이를 흥미롭게 만든 이야기, 그리고 그 위에 잘 조각한 캐릭터들이 빛나는 작품. 다만 후반부 엔딩 장면의 임팩트를 키우기 위해 다소 과한 설정과 무리한 전개를 선택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다고 극의 메시지와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인다. 정해인은 그간 주로 멜로 장르에서 보여준 매력과 다른 얼굴, 상반된 분위기로 연기 변신해 극을 이끈다. ‘모가디슈’ ‘킹덤’ 등으로 ‘대세’의 기운을 보여주고 있는 구교환도 범상치 않은 호열 캐릭터를 꼭 맞는 옷처럼 입고 활약했다.
신승호와 홍경도 ‘분노유발’ 선임 캐릭터를 소화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고, 후반부 에피소드를 담당한 조현철은 초반과 후반의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인물의 변화를 설득력있게 그리며 극의 한 축을 맡았다. 김동영, 이준영 등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탈영병 들도 쉽게 잊히지 않을 존재감을 보여줬다.
공개와 동시에 쏟아지는 열띤 반응과 호평은 벌써부터 시즌2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D.P.’가 넷플릭스의 새로운 인기 시리즈로 자리 잡을지도 궁금증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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