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른 살 박신혜가 ‘#살아가는’ 이야기

이해리 기자 입력 2020-06-26 06:57수정 2020-06-26 06:57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열세 살에 데뷔해 어느덧 서른이 된 박신혜는 “치열하게 20대를 보내고 나니 비로소 여유를 찾았다”고 했다. 지금도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책임감은 크지만, 조금 가벼워진 마음으로 “내 앞에 놓인 일에 충실하자”는 생각이다.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드라마 촬영에 온몸 멍…뿌듯한 통증
‘#살아있다’ 예매율 60% 돌파 얼떨떨
어느새 서른, 마음 가벼워지는 느낌
반려식물들 키우며 ‘소확행’ 즐겨요

배우 박신혜가 서른 살이 됐다. 여러 부분에서 여유가 생기지만 욕심을 내본들 다 이룰 수도, 전부 가질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나이이기도 하다.

박신혜도 고개를 끄덕인다. “저에게 서른 살은 지금 앞에 놓인 일에 충실하자고 다짐하는 나이. 남녀를 떠나 사람들과 나누는 사랑의 감정이 뭔지 알게 되는 나이. 그리고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나이에요.”

초등학생 때인 2003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박신혜는 10대와 20대에 활발한 연기활동으로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며 대중과 만나왔다. 성장 과정을 대중에게 드러내 보였지만, 서른 살의 의미는 각별한 듯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렇게 맞은 서른 살, 출발이 좋다. 유아인과 호흡한 주연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제작 영화사 집)가 24일 개봉 첫날 20만 관객을 동원했다. 감염병 확산 우려로 4개월여 동안 관객이 급감한 극장가에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뜨거운 반응은 개봉 전부터 예견된 결과이다. 23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박신혜를 만났을 때에도, 영화 예매율이 60%를 돌파한 상태였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보던 예매율”이라며 얼떨떨해하던 그는 “극장에 와 달라고 자신 있게 부탁하기가 조심스럽다”며 “건강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영화를 보고 건강하게 돌아가길 바라고 있다”고 했다.

관련기사

영화 ‘#살아있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성적을 떠나 보는 사람에 실망 주지 않아야”

“즐기면서 숨을 돌리고 쉬어갈 수도 있겠다.”

‘#살아있다’ 시나리오를 읽고 박신혜가 받은 느낌이다. “나를 혹사시키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이라는 마음에 선뜻 응했다. 드라마나 영화 주연으로서 작품을 대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짓눌러왔지만, 이번에는 부담도 덜어낼 수 있었다.

“어떤 캐릭터든 잘 표현해야 보는 분들을 설득할 수 있잖아요. 시청률이나 흥행 수치 같은 성적을 떠나 보는 사람들을 실망시키면 안돼요. 그런 책임감을 갖다보니까 작품 선택에 소심해진 측면도 있죠. 저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면 안 될 것 같은 소심함이 있었어요.”

호흡을 맞춘 유아인은 그런 박신혜의 마음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해줬다. 둘 다 10대 때 연기를 시작한 공통점으로 공감대를 쌓았다. “어릴 때 연기를 시작해 그동안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그는 “(유)아인 오빠가 ‘너 고생 많이 했겠구나’라고 해준 말에 큰 위로를 얻었다”고 했다. “유아인은 정말 똑똑하고 멋있는 사람”이라며 긍정의 에너지를 받았다고도 말했다.

얼마 전까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액션 연기에 대한 의욕도 ‘#살아있다’를 계기로 솟아나고 있다. 와이어에 매달려 고층 아파트에서 몸을 한 바퀴 비틀며 뛰어내리는 장면도 거뜬히 소화했다. 번지점프, 스카이다이빙, 웨이크보드, 서핑을 두루 섭렵한, “겁 없는 성향”도 액션 도전을 가능케 한다.

실제로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박신혜의 양쪽 팔에서 짙은 멍자욱이 군데군데 드러났다. 촬영 중인 드라마 ‘시지프스:더 미스’에서 소화하는 액션 연기가 남긴 흔적이다. 박신혜는 “현장에서 저의 액션 연기를 확인하는 희열이 크다”며 멍을 만지면서 “기분 좋은 통증”이라고 웃었다.

배우 박신혜. 사진제공|솔트엔터테인먼트

● “어려움 잊게 하는” 배우의 역할

박신혜는 요즘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 집 발코니 한쪽에 커다란 테이블을 마련해 다육 선인장 화분들을 빽빽하게 채워뒀다. 놀러온 친구들이 ‘집에 식물원 차렸다’고 놀랄 정도이다. 요즘 유행인 ‘반려식물’에 다정히 말을 거는 주인의 살뜰한 보살핌 덕분인지 한 번 집에 들인 식물들은 좀처럼 시드는 법 없이 무럭무럭 꽃까지 피운다고 한다.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상의 한쪽에서 박신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변화한 주변 환경도 체감한다. 특히 서울 강동구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곱창식당이 순식간에 어려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고통 받는 분들에게 ‘힘내세요’라고 건네는 말조차 죄송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드라마를 찍고 있지만 장소 협찬도 쉽지 않아 여러 어려움이 있어요. 그래도 잘 마무리해 재미있는 작품을 보여드리는 게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동안만큼은 어려움을 잠시 잊을 수 있도록 말이에요.”

‘#살아있다’는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 한다고 말하는 영화다. 덕분에 박신혜도 ‘살아있음’에 대해 생각하곤 한다.

“얼마 전 들은 말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어요. 우리 모두 생명을 얻어 태어나지만, 전부 흙으로 돌아가잖아요. 우리의 숨이 지금 당장은 살아 있지만 언젠가 잦아들어 시든 꽃과 같이, 마른 흙과 같이 될 거에요. 제 인생도 지금은 생기의 꽃을 피우지만 언젠가 마르겠죠. 시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잘 마르고 싶어요.”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