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안미나 “연기에 등 돌리려다 양우석 감독님 만나고 연기 즐기게 됐어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7일 06시 57분


연기자 안미나가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출발점에 섰다. 영화 ‘강철비’를 시작으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갈 생각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안미나가 2년이라는 짧지 않은 공백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출발점에 섰다. 영화 ‘강철비’를 시작으로 한걸음씩 앞으로 나갈 생각이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14일 개봉 영화 ‘강철비’에서 개성공단 북한 직원 역할 맡은 안미나

연기 쉬는 동안 과외 아르바이트로 나날
양 감독님 뜻밖 제안으로 ‘강철비’ 출연
아등바등하던 내 마음 내려놓게된 계기
박학다식 감독님께 시나리오 작법 배워


표정은 한결 여유로워졌고, 지적인 매력과 분위기도 배가 됐다. 연기자 안미나(33)가 한층 새로워진 모습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강철비’가 그의 새로운 무대다. “기대와 설렘이 가득하다”는 그를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6일 서울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안미나에게 ‘강철비’(제작 모팩앤알프레드)는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작품이다.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동해온 그는 어찌된 일인지 2년여 전부터 연기 활동을 멈추다시피 했다. 대중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모습을 감췄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두 번씩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상실감에 빠지듯, 안미나도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

“연기를 관두려고 했다. 안하고 싶었다. 연기를 원했고, 정말 잘하고 싶은 욕심도 많았지만 전부 내 뜻대로 되는 건 아니었으니까. 연기자라는 직업은 더 그렇다. 노력할수록 더 멀어지는 것만 같고. 점점 쿨하지 못하게 변하는 내 모습도 발견했다.(웃음) 그래서 내려놨다.”

당시 소속사는 그런 안미나를 설득했다. 당장 연기하지 않아도 되니 잘 할 수 있는 일부터 찾아 해보라고 권했다.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소속사 가수들에게 연기를 알려주기도 했고, 과외 사이트에 직접 이력서를 올려서 영어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다. 사람들이 과외 선생님으로 내가 나타나면 ‘어? 맞죠?’ 하면서 웃고 놀랐다. 하하!”

수시모집으로 대학(연세대 철학과)에 합격한 덕에 수학능력시험을 보지 않은 안미나는 그 자신도 수험생이던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동기들에게 과외 수업을 해줬다. 워낙 꼼꼼하게 잘 가르친 덕분에 명성이 자자했다.

“연기를 관두고 이력서 낼 곳부터 생각해보니 영어 과외부터 생각나더라. 상대방에서 어떤 걸 알려주는 과정은 그대로 나에겐 공부가 된다. 덕분에 나도 많이 배우는 시간이었다.”

연기자 안미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안미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2005년 화제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연기를 시작한 안미나는 이듬해 영화 ‘라디오 스타’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출발부터 행운의 연속. 드라마는 열풍을 만들었고 영화에서 고향에 있는 엄마를 그리워하며 눈물짓던 그의 모습 역시 관객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후로도 “한 계단씩 밟고 올라갈 줄 알았지만” 현실은 냉정했다.

“연기에 있어서 당연한 코스는 없다는 걸 절감했다. 한 번은 내가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떨어진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됐다. 어쩌면 내가 할 수도 있었던 그 역할을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니까 눈물이 나더라. 그렇게 3일간 내내 눈물만 흘린 적도 있다.”

이제 고민의 터널은 지나온 듯 보인다. 특히 영화 ‘강철비’는 그에게 여유를 안겼고 “내려놓은 마음”을 다시 일깨워줬다. 올해 1월 소속사와 계약을 끝내고 혼자 생활하던 안미나에게 ‘강철비’ 제작진의 러브콜이 당도했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양우석 감독이 개성공단 북한 직원이자 극의 전반부에서 주요 사건을 만드는 송수미 역할은 무조건 안미나에게 맡기려 했다.

“출연 제안은 나에게도 뜻밖이었다. 8년 전에 송지나 작가님이 쓴 ‘남자 이야기’라는 드라마에 출연했었는데 당시 내 모습을 인상 깊게 보고 출연을 제안한 거다. 송수미는 아주 현실적인 인물이고, 좀 웃긴 면도 있다. 관객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기다려진다.”

그동안 몇 편의 영화에 출연했지만 지금까지 참여한 작품들 가운데 ‘강철비’는 규모나 이야기, 배우들의 면면에서 안미나에게 “가장 큰 도전”이었다. 그에게 양우석 감독은 촬영 내내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역시 철학과를 졸업한 감독은 안미나와의 대화에서 종종 철학 이론을 꺼내기도 했다.

“감독님은 제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정보와 지식을 가졌다. 박학다식으로는 최고다. 하하! 오랫동안 영화 원작 웹툰인 ‘스틸레인’을 썼고, 그걸 토대로 ‘강철비’ 시나리오까지 쓴 감독이라서 그런지 현장에서 북한말을 가장 잘 구사하는 분도 감독님이었다. 억양이나 장단음까지 아주 이론적으로 쪼개서 분석하고 접근하더라. 놀라웠다.”

연기자 안미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연기자 안미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작가이기도 한 양우석 감독은 안미나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시나리오 작법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배우는 기회가 됐다. 아닌 게 아니라 안미나는 이미 두 편의 장편소설도 쓴 주인공. 신춘문예 등 여러 공모전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글 쓰는 걸 워낙 좋아한다. 2년 전부터 장편소설을 써왔다. 대단한 수준은 절대 아니다. 그저 도전하고 있는 거다.(웃음) 시나리오도 쓰고 있는데 글은 꾸준히 쓰고 싶다.”

안미나는 “그동안 아등바등 했다면 이제는 한 걸음씩 묵묵히 걸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잘해야 한다고 나를 다그치기 보다는 연기를 즐기고 현장을 느끼고 싶다”며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니 주위 사람들까지 전부 좋아진다”고 웃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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