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막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신수원 감독의 이 같은 일침으로 시작을 알렸다. 개막작 ‘유리정원’을 연출한 그는 “비단 부산국제영화제 뿐 아니라 정권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을 분류한 행위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특히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영화제는 독립·예술영화를 위해서도 꼭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년 연속 이어진 ‘우천 개막식’은 올해도 계속됐다. 아직 남아있는 영화 단체들의 보이콧 등 뒤숭숭한 상황을 마치 날씨가 대변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풍겼다.
배우 장동건과 임윤아가 개막식 진행을 맡은 가운데 신성일과 문소리, 손예진, 조진웅, 김래원 등 한국 영화를 이끄는 배우들과 일본 배우 아오이 유우가 레드카펫을 밟았다. 정지영, 장선우, 김태용, 장률, 정재은, 이수연 등 중견 및 신예 감독들과 중국 지아장커 감독도 축제에 참가했다.
영화제 현장의 카메라들은 특히 개막작 주인공인 문근영에 집중됐다.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크고 관객의 시선이 집중되는 영화제에서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75개국에서 초청한 300편을 소개하는 올해 영화제는 21일까지 이어진다. 한국영화 콘텐츠를 사고파는 아시안필름마켓은 14일부터 17일까지 벡스코에서 진행된다.
한편 영화제 창설 멤버인 김동호 이사장과 2015년부터 참여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올해를 끝으로 동반 사퇴한다. 외압 논란 및 수습 과정에서 빚어진 내홍의 여파다. 이날 개막 기자회견에서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오늘까지 영화제를 지킨 힘은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