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 지상파 음악프로, 김건모·엄정화가 안 보이는 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2월 14일 06시 57분


지난 6주간 아이돌 비중 90% 이상
기성가수들 무대 트라우마 호소도

못 나가는 것일까. 안 나가는 것일까.

KBS 2TV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는 각 지상파 방송사를 대표하는 음악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해당 프로그램에는 연륜이나 경력을 쌓은 중견가수들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물론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경향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양성에 대한 아쉬움을 남긴다.

스포츠동아가 올해 1월1일부터 2월12일까지 6주 동안 지상파 방송 3사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 명단을 전수 조사한 결과 모두 320개팀(중복 포함)이 무대에 올랐다. AOA, 우주소녀, 악동뮤지션, NCT127, 펜타곤, BP라니아, 헬로비너스 (출연횟수 순)등 아이돌 가수들이 전체 출연자의 90% 이상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비(非)아이돌 가수는 홍진영, 허각, 배다해 정도다. 이 가운데 최고령 가수는 ‘최장수 아이돌 그룹’이라 불리는 데뷔 19년차 신화였다.

하지만 정작 음악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중견들의 얼굴은 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말 8년 만에 가수로 돌아온 엄정화도, 데뷔 25주년 앨범 ‘50’을 내놓은 김건모도 마찬가지였다. 오랜만에 새 앨범을 내놓고 다양한 방송활동을 펼칠 만도 한데 음악프로그램은 출연하지 않았다. 자이언티와 정준영은 최근 각각 2년, 1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지만 음악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데뷔 26년차 가수의 소속사 한 관계자는 “가수가 컴백해도 마땅히 신곡을 들려줄 무대가 없다. 아이돌 일색인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하기는 쉽지 않다. 방청객이 거의 10대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수 박진영은 “트라우마”를 호소할 정도다. 그는 과거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음악프로그램에는)중고교생 팬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무대에 올랐더니 짜증 섞인 아유를 보냈다”면서 “호응 자체가 없으니 나도, 팬들도 모두 어색해서 소통이 안됐다”고 말했다.

음악프로그램이 아이돌 가수와 그 팬들을 의식한 방식으로 꾸며지면서 기성가수들이 그 틈바구니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를 두고 대중음악과 이를 소비하는 팬층 그리고 그 연결고리인 음악프로그램의 속성과도 맞물린다는 시선도 있다. 1990년대 이후 댄스음악과 아이돌 그룹이 대중음악 시장을 장악하고 동시에 디지털음원이 유통의 중심이 됐고, 10대의 소비력과 적극적인 움직임이 중요한 기반을 이루면서 음원 인기를 음악프로그램이 반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지적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