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좀 덜 닮은들 어때요… ‘닮았네 안 닮았네’ 수다 떠는 재미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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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도플갱어쇼’ MC 신동엽

《“설날에 온갖 화제가 밥상머리에 오르내렸을 겁니다. 근데 어떨 땐 별 ‘시답지’ 않은 얘기에 폭소가 터지곤 하잖아요. 채널A ‘도플갱어쇼―별을 닮은 그대’는 그런 공감을 놓치지 않으려는 예능입니다. 얼마나 닮았나를 따지는 게 아니라 ‘닮았네, 안 닮았네’ 수다 떨며 시청자와 살가운 스킨십을 나누는 거죠.” 무협지 속 절대 고수가 이럴까. 24일 서울 마포구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도플갱어쇼’ MC 신동엽은 마주할수록 우유에 젖은 카스텔라가 된 기분이었다. 장시간 녹화 뒤인지라 그의 목소리도 한참 갈라졌을 정도. 한데 슬금슬금 풀어내는 대화에 나도 모르게 스르륵 무장해제 당했다. 게다가 가벼운 농담으로 휩쓸린 상대의 맥을 탁탁 잡아주기까지. 역시 그는 괜히 ‘진행지왕(進行之王)’이 아니었다.》
 

“나랑 완전 닮았네” “이야, (거울 속 모습을 보며) 누가 봐도 신동엽이네요. 진짜 닮았네.” 24일 채널A ‘도플갱어쇼―별을 닮은 그대’ 대기실에서 만난 MC 신동엽. 거울 하나만 주어졌는데 개그와 홍보를 ‘일타쌍피’로 해내다니. 이래서 다들 신동엽, 신동엽 하나 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나랑 완전 닮았네” “이야, (거울 속 모습을 보며) 누가 봐도 신동엽이네요. 진짜 닮았네.” 24일 채널A ‘도플갱어쇼―별을 닮은 그대’ 대기실에서 만난 MC 신동엽. 거울 하나만 주어졌는데 개그와 홍보를 ‘일타쌍피’로 해내다니. 이래서 다들 신동엽, 신동엽 하나 보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연예인 닮은꼴 찾기’ 식상하지 않나.

 “뻔하다 여겼으면 MC를 맡지 않았을 거다. 방송은 편안함과 새로움이 적절히 균형을 이뤄야 성공한다. 결국 닮은꼴 찾기란 익숙한 소재를 얼마나 재밌게 뒤틀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뜻에서 ‘도플갱어쇼’는 첫 삽을 잘 떴다.”

 ―치열한 경쟁(토요일 밤 11시)에도 시청률(2% 안팎)이 괜찮아 자평도 좋은 건가.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그게 평가 기준은 아니다. 방송은 현장의 ‘감’이란 게 있다. 특히 ‘도플갱어쇼’처럼 방청객 많은 예능은 더 중요하다. 솔직히 그리 닮지 않은 출연자도 상당했다. 그런데 그게 더 웃기고 분위기도 좋았다.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아서랄까. 이상하면 타박하고 놀리기도 하고. 원래 친구끼리도 면박 주며 웃고 떠드는 게 재밌지 않나.”

 ―현장에서 방청객도 하나하나 잘 챙기더라.

 “세상사가 그렇다. 사소한 친절도 언젠간 복으로 돌아온다. 내 입장에선 수많은 청중이지만 그들에겐 ‘신동엽’ 1인과의 특별한 경험이다. 어느 날 피곤해서 누군가에게 좀 냉랭했다 치자. 그 사람에겐 오랫동안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 게다가 방청객 분위기가 안 좋으면 TV 화면에 티가 난다.”

 ―다작인데 활기가 넘친다. 체력은 괜찮나.

 “요샌 몸 ‘걱정’ 좀 한다. 30대엔 숙취가 뭔 말인지 몰랐다. 몸이 회사 직원이라면 악덕 사장이었다고나 할까. 힘든 신호를 보내도 ‘불만 갖지 말고 일해’ 윽박질렀다. 지금은 직원 얘기에 귀 기울인다.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도 한다. 게다가 이렇게 녹화가 잘되면 몸은 지쳐도 마음이 개운하다.”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

 “제작진이 안쓰러울 때가 있다. 고생하는 게 눈에 보이는 경우다. 스튜디오 촬영은 물론 출연자 섭외, 야외촬영, 몰래카메라까지…. 이렇게 공이 많이 들어가는 예능도 흔치 않다. 방송이 ‘때깔 좋게’ 나오니 기쁘면서도 한없이 미안하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최선이란 이 정성껏 차려진 밥상을 행복하고 맛있게 먹는 게 아닐까.”

 ―PD가 보고 있어 너무 칭찬하는 거 아닌가.

 “그럼 시원하게 욕을 해줄까, 하하. 근데 진심으로 즐겁다. 어릴 땐 솔직히 돈 벌려 방송했다. 얼른 목돈 모아 딴 일 하고 싶었다. 지금은 ‘재밌어서’ 한다. 새로운 예능에 대한 목마름이 끊이지 않는다. ‘도플갱어쇼’에서도 더 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드디어 불만이 나오나. 뭔가.

 “불만이 아니라 기대하는 바다. 출연자 영역을 넓히고 싶다. 요즘 같은 시국이라면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이들 닮은꼴이 나오면 어떨까. 시청자가 보며 분노도 할 수 있는…. 정치 이슈도 그렇게 풀어내면 훨씬 다채롭지 않겠나. 다만 아직 국내 정서상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긴 하다.”

 ―확실히 개그맨들은 ‘정치 코미디’ 욕구가 있나 보다.

 “어떤 의식이나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만큼 흥미로운 소재가 어디 있을까. 조선시대 광대가 왜 양반이나 임금 흉을 봤겠나. 권위에 얽매이지 않는 농담만큼 통렬한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런 뜻에서 ‘도플갱어쇼’는 보여주고 개척할 땅이 무궁무진하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도플갱어쇼#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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