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매치③] ‘공항 가는 길’의 세 여인

연기자 김하늘-최여진-장희진. 사진제공｜스튜디오 드레곤

사랑은 의지대로 이어갈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운명적인 감정이다. 설령 배우자가 있는 남녀의 사랑이라고 해도 윤리적인 잣대를 거둔다면 그 감정만큼은 탓할 수 없다. 김하늘·이상윤 주연의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불륜을 미화한다는 비판보다 시청자의 공감을 얻는 정통 멜로로 각광받는 이유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 아니다. 꼭 20년 전인 1996년 유동근과 황신혜가 출연한 MBC 드라마 ‘애인’이 있었다. 30대 기혼 남녀의 사랑을 담아내며 사회적 이슈와 논란을 불러모은 드라마는 한편으로 여전히 웰메이드 멜로로 기억되는 명작이다. 20년 차이로 탄생한 두 편의 ‘문제적 드라마’를 파헤쳤다.

■ 외로움에 관한 3가지 해석

김하늘-절제, 최여진-발산, 장희진-불안

김하늘, 최여진, 장희진 등 세 여배우가 한 드라마에서 각기 다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남녀 주인공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다른 캐릭터까지 역할을 부여하기 쉽지 않지만, 이들이 출연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공항 가는 길’은 다르다. 3명의 여배우는 매회 인상에 남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세 여배우는 서로 연기색깔이 겹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극중 김하늘은 최수아를 연기하며 아내와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서 ‘감정’에 몰두한다. ‘불륜’과 ‘우정’이라는 한끝 차이의 관계에서 고뇌하는 모습이 김하늘을 통해 더욱 극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정적인 극의 분위기와 절제된 목소리가 캐릭터의 색깔을 높인다는 평가다.

최여진은 송미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걸크러시 매력으로 눈길을 끈다. 직장에서는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옛 연인이자 상사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가리지 않고 쏟아낸다. 지난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인생에서 찾을 수 있는 최선의 선택으로 여성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이는 최여진이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센’ 이미지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연약함 보다 강렬함을 매력으로 내세웠던 그는 이번 드라마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자신의 매력을 극대화시켰다.

가장 눈에 띄는 변신은 장희진이다. 주로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역할을 맡아왔던 그는 지난해 SBS 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에 이어 ‘공항 가는 길’에서도 내면의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장희진이 연기하는 김혜원은 과거가 밝혀지면 남편(이상윤)마저 떠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거짓말을 일삼는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점에서 동정심마저 유발한다. 김하늘의 절제와, 최여진의 발산을 장희진은 동시에 소화해내고 있다.

제작사 스튜디오 드래곤 관계자는 20일 “김하늘, 최여진, 장희진이 맡은 캐릭터 모두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공유하고 있지만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며 “이 차이를 세 여배우가 충실한 캐릭터 연구로 표현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