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날 움직이는 힘은 돌아가신 영화광 아버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6시 57분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전하는 배우 3인방이 뭉쳤다.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맨 왼쪽부터)은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서 진솔한 인생 이야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영화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도전하는 배우 3인방이 뭉쳤다. 이병헌, 손예진, 윤여정(맨 왼쪽부터)은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 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서 진솔한 인생 이야기로 팬들을 사로잡았다.
■ ‘오픈토크’ 빛낸 이병헌·손예진·윤여정의 ‘진솔한 이야기’

손예진 “전도연·김혜수 선배와 ‘킬 빌’ 같은 영화 찍고 싶어”
윤여정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다가 죽는다면 큰 축복”

화려한 배우도 관객과 가깝게 만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큼은 ‘무장해제’가 된다. 영화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 관객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서다.

이병헌과 손예진 그리고 윤여정도 같은 마음으로 6일 개막한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첫 번째 주말을 뜨겁게 달궜다. 7일과 8일 ‘한국영화기자협회와 함께하는 오픈토크-더 보이는 인터뷰’에 차례로 오른 이들은 관객의 열띤 환호, 박수, 공감을 끌어냈다. 그에 응답하듯 배우들은 저마다 돌아온 ‘삶’을 꺼냈다.

● 이병헌 “아버지를 떠올리며…”

이병헌은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새로 얻었다. “오랜 시간 갖고 싶은 말”이라는 게 그의 솔직한 마음. 지금껏 30여 편에 출연하면서 “인생의 작품”으로 꼽는 영화는 ‘달콤한 인생’이다. 애정도 크지만 할리우드 진출의 계기가 된 영화이기에 더 각별하다.

이병헌은 할리우드에 주력하는 이유를 이번 오픈토크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병헌은 “1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는 ‘영화광’이었다”며 “아버지께서 지켜보고 있다는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 늘 부친을 떠올린다고 했다.

관객의 궁금증에 명쾌한 답도 내놨다. ‘내부자들’ 후속편 제작 가능성에 “속편은 안 된다”고 반대했다. 이유가 있다. “범죄 영화가 많아지는 데는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대신 인간을 다루는 휴먼 드라마, 마음껏 웃는 코미디를 하고 싶다”고 했다.

● 손예진 “여배우들과 ‘킬 빌’”

샛노란 원피스를 입은 손예진이 무대에 오르자 남성 관객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올해 손예진은 스릴러 ‘비밀은 없다’, 시대극 ‘덕혜옹주’를 두 달 차이로 내놓았다. 모두 여주인공이 원톱으로 나선 작품. 손예진은 “20 대부터 노역까지 맡은 ‘덕혜옹주’를 통해 ‘많은 관객에게 공감을 주는 배우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겼다.

17년간 연기한 과정은 “마라톤”에 비유했다. “긴 계획을 세우지 않고, 한 작품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는 그는 “집착의 마음은 버리려 한다”고도 했다.

여배우로 겪는 아쉬움도 토로했다. 남자 배우 중심의 영화계를 향한 목소리다. “여배우 여럿이 함께한다면 멋있지 않을까”라고 제안하며 “전도연, 김혜수 선배와 함께 ‘킬 빌’ 같은 영화에서 격렬한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소망했다.

● 윤여정 “마지막 순간까지…”

오픈토크에서 가장 많은 관객을 모은 주역은 칠순의 배우 윤여정. 데뷔 50주년을 맞은 그는 20∼30대 관객을 향해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돈을 따지지 말고 몰두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다보면 각자 가진 진가를 모두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지나온 50년을 두고 “찬란한 기억 보다 고통의 순간이 더 많았다”는 윤여정은 “타성에 젖어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지금도 무섭고 두렵다”고 했다. 그가 새 영화 ‘죽여주는 여자’를 직접 소개할 때, 관객은 숨죽여 경청하기도 했다.

윤여정은 “외면하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재용 감독은 외면하지 않고 그렸다”면서 “누구나 소수자가 될 수 있지 않으냐”는 물음을 던졌다. 또한 이번 작품을 통해 “죽음을 생각하게 됐다”고도 했다. 그의 바람은 늘 연기와 함께 한다. 윤여정은 “마지막 순간까지 연기를 하다 죽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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