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 흥행비결 3가지

  • 스포츠동아

영화 ‘곡성’의 주역들. 동아닷컴DB
영화 ‘곡성’의 주역들. 동아닷컴DB
1. 스토리텔링
2. 캐릭터 열전
3. 15세 관람가

믿음·악 등 ‘나홍진표’ 서술형 질문
김환희 등 개성 강한 배역은 촉매제
잔혹함의 수위조절…중학생도 관람


영화 ‘곡성’이 돌풍 속에 29일 누적관객 550만 명을 돌파했다. 기획자인 동시에 연출자인 나홍진 감독마저 “기대를 한참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놀랄 정도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곡성’은 마치 관객의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빼앗으려는 듯한 분위기로 흥행을 잇고 있다. 악을 향한 집요한 질문, 믿음을 둘러싼 인간의 의심과 갈등을 파고든 영화는 최근 등장한 한국영화 가운데 가장 난해한 주제와 기괴한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관객은 바로 그 부분에 더 열광하고 있다.

● 빈틈없는 스토리텔링

최근 한국영화는 질문 대신 해답을 내놓는 데 주력해왔다. ‘베테랑’처럼 악의 세력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작품이 성공하면서 ‘권선징악’ 메시지의 영화가 활기를 띄고 있다.

반면 ‘곡성’은 서술형에 가까운 영화다. 외딴 시골마을에서 벌어지는 연쇄 일가족 몰살사건, 기이한 증상을 보이는 어린 딸을 위해 마을에 나타난 외지인에 맞서는 아버지, 이들 사이에 놓인 ‘악’과 ‘믿음’을 향한 질문까지 어느 것 하나 명쾌한 답이 없다.

또한 ‘곡성’은 관객의 시선에 따라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고, 주제를 가늠하기도 모호하다. 감독이 곳곳에 넣어둔 ‘속임수’는 관객을 혼돈에 빠트리기까지 한다.

그런데도 550만 명의 관객은 기꺼이 이 치열한 ‘두뇌싸움’에 동참했다. 빈틈을 찾기 어렵고 볼수록 해석이 풍부해지는 이야기에 매혹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나홍진 감독의 생각도 같다. “궁금증을 만들어내는 스토리텔링”을 흥행 원동력으로 짚었다.

처음 보는 캐릭터 열전

‘곡성’은 톱배우의 출연이 영화 흥행과 화제성을 좌우한다는 ‘고정관념’마저 불식시키고 있다. 곽도원은 그동안 조연이나 악역을 주로 맡아온 배우. 주연은 ‘곡성’이 처음이다. 외지인 역의 쿠니무라 준 역시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일본인 배우이고, 이들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딸 효진 역의 김환희는 이제 중학교 1학년이다.

‘티켓파워’부터 따졌다면 캐스팅하기 어려운 배우들이지만 ‘곡성’의 선택은 달랐다. 배역과 이야기에 배우가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어떤 폭발력을 갖는지 증명한다.

특히 쿠니무라 준의 광기어린 연기는 ‘곡성’의 분위기를 살리는 촉매제다. 한국영화 출연은 처음인 그는 “‘곡성’은 결론 내릴 수 없는 영화로 읽힌다”면서도 “연기할 때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배역에 더 끌리는데, ‘곡성’이 그렇다”고 밝혔다. 김환희는 “뭣이 중한디”라는 영화 속 결정적인 대사를 통해 주제를 드러낸다. 감독은 그런 김환희를 “천재”라고 칭했다.

● 15세 관람가 등급

잔혹한 연쇄살인이 주요 소재이지만 영화는 중학생도 볼 수 있는 15세 관람가 등급이다. 살인이나 폭력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를 전부 없애는 대신 소리나 분위기만으로 그 상황을 그려내 얻은 결과다. 덕분에 ‘곡성’은 빠른 속도로 관객을 모으고 있다.

앞서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와 ‘황해’에서 잔인한 묘사로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 끝에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했다.

나홍진 감독은 “크리스마스 때 극장에서 ‘황해’를 보는데 앞좌석 여성관객이 엎드린 채 얼굴을 가리는 모습을 봤다”며 “내가 관객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오랫동안 그 여성관객이 잊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객에 더 다가가고 싶던 감독의 바람에 550만 명이 응답했다. ‘추격자’와 ‘황해’를 뛰어넘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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