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성덕 바우만 이야기’ 가슴 뭉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4일 08시 00분


■ 1996년 2월 4일

이제 설 연휴가 곧 시작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따스한 마음을 나눌 때이기도 하다. 20년 전 오늘, 그런 따스함이 TV 전파를 타고 온 국민의 가슴에 전달된 것처럼.

일요일이었던 이날 KBS 1TV는 오전 9시부터 3시간 동안 특별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성덕 바우만, 누가 이 아이를 살릴 것인가’라는 제목을 내건 프로그램은 오후 5시10분부터 7시까지 다시 이어졌다.

브라이언 성덕 바우만(사진). 당시 21세였던 그는 김성덕이라는 이름을 가진 입양아였다. 1977년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어엿한 청년으로 자라나 미 공군사관학교 생도로 졸업을 6개월여 남겨둔 1995년 11월 만성 골수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KBS의 이날 생방송은 그에게 골수를 기증하기 위한 이들의 발걸음을 모으는 무대였다. 무려 1만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그의 가슴 아픈 사연이 KBS 1TV ‘일요스페셜’을 통해 알려졌다. 같은 유전자형의 골수 소유자를 찾지 못한 그의 양부모가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일요스페셜’은 친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성덕 바우만을 위해 한국의 공사 생도들이 나섰다. 뒤이어 전군 장병들도 팔을 걷어붙였고 시민들의 참여도 잇따랐다. 결국 육군 모 사단에서 근무 중이던 서모 병장의 혈액 유전자형이 성덕 바우만의 것과 일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날도 바로 20년 전 오늘이다. 이후 서 병장은 성덕 바우만에게 골수를 이식해주었고 두 사람은 생명을 나눠 가졌다. 그리고 성덕 바우만은 1998년 7월 입양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서씨를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며 고마움을 전했다.

KBS는 이 같은 과정을 다시 다큐멘터리로 담은 ‘일요스페셜’을 방영했다. 그리고 마침내 성덕 바우만의 한국 가족을 찾기도 했다.

성덕 바우만의 아픔은 백혈병 환우들에 대한 골수 기증의 필요성과 사회적 관심을 키웠다. 이는 다시 범 시민운동화했고, 골수기증운동본부가 그 즈음 발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골수기증운동본부는 “매년 3000여명씩 발생하는 백혈병 환자들을 돕는 데 나서자”면서 본격적인 골수 기증 운동을 전개해나갔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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