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장동건 주연 MBC ‘사랑’…시청률 18%에도 작가 교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2월 2일 08시 00분


■ 1998년 2월 2일

최근 KBS 2TV 월화드라마 ‘무림학교’가 당초 예정보다 4회가 줄어들어 16회로 막을 내린다. 설 연휴 기간 특집프로그램으로 인한 결방으로 3월8일 종영한다. 저조한 시청률과 이로 인한 광고매출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드라마가 거대 방송사의 편성에 의존한 외주제작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제작사로서는 달리 대응할 방법이 없었던 셈이다. 이처럼 낮은 시청률이 제작진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998년 오늘부터 방송한 MBC 미니시리즈 ‘사랑’(사진)도 그런 경우다. ‘사랑’은 김미숙과 장동건이 주연한 드라마로, 인물의 섬세한 심리 묘사를 통해 이름을 얻은 주찬옥 작가가 대본을 쓴 작품이다. 주찬옥 작가는 1990년대 초반 MBC ‘천사의 선택’을 비롯해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고개 숙인 남자’ 등을 쓰며 그 재능을 인정받았다. 특히 황인뢰 PD와 콤비를 이루며 독특하면서도 절제된 영상과 문학적 감수성이 도드라지는 대사의 맛으로 각광을 받았다.

주찬옥 작가는 당초 ‘사랑’을 통해 남편을 잃은 연상의 여성과 연하의 남성의 이야기를 통해 거스를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를 그려내고자 했다. 하지만 1·2회 시청률은 18.2%와 17.5%에 그쳤다. 당시 시청률 30%를 넘는 드라마가 심심찮게 등장했다는 점에서 이런 수치는 제작진의 실망감을 자아내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경쟁작인 KBS 2TV ‘맨발의 청춘’이 방송 초반부터 역시 30%를 넘어서는 상황은 제작진의 조바심을 자극했다. 급기야 방송사 측은 3∼4회 대본을 임의로 수정했다. 당시 IMF 외환위기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방송사 측은 “트렌디 드라마의 분위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주찬옥 작가는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 자신의 기획의도를 무시하는 처사였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사는 5회분부터 작가를 정식 교체했다. 이에 주연 김미숙도 항의의 뜻을 표하며 드라마 하차를 선언했다. 제작진은 장동건의 상대역으로 최지우를 선택하며 분위기 전환을 꾀했지만 허사에 그쳤다.

치열한 시청률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방송사의 처사로, 시청자는 감성 짙은 이야기의 맛을 확인할 수 없었던 셈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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