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데도… 왠지 끌리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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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드라마 점령한 ‘출생의 비밀’ 코드

‘출생의 비밀’ 코드가 주말 드라마를 ‘점령’했다. KBS ‘파랑새의 집’에서 한은수(채수빈)가 친아버지일지 모르는 장태수 회장(천호진)과 마주치는 장면(위 사진). MBC ‘여왕의 꽃’에서 강이솔(이성경)이 친어머니의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가운데 사진). MBC ‘장미빛 연인들’에서 모자 관계인 줄 모르고 악연으로 얽혔던 고연화(장미희)와 박차돌(이장우)이 만나는 장면. KBS MBC 사진 캡처
‘출생의 비밀’ 코드가 주말 드라마를 ‘점령’했다. KBS ‘파랑새의 집’에서 한은수(채수빈)가 친아버지일지 모르는 장태수 회장(천호진)과 마주치는 장면(위 사진). MBC ‘여왕의 꽃’에서 강이솔(이성경)이 친어머니의 사진을 발견하는 장면(가운데 사진). MBC ‘장미빛 연인들’에서 모자 관계인 줄 모르고 악연으로 얽혔던 고연화(장미희)와 박차돌(이장우)이 만나는 장면. KBS MBC 사진 캡처
2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는 주말극 KBS ‘파랑새의 집’, MBC ‘여왕의 꽃’ ‘장미빛 연인들’은 모두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이 모티브다. ‘파랑새의 집’이 시작하는 오후 7시 55분부터 ‘여왕의 꽃’이 끝나는 오후 11시 10분까지 주말 황금시간대 3시간여를 ‘출생의 비밀’ 코드가 점령한 것.

출생의 비밀 코드가 식상하다는 비판에도 드라마에서 ‘애용’되는 것은 그만큼 흡인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혈연관계의 뒤틀림은 그 자체로 비극이 된다. 여러 신화나 전설이 출생의 비밀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신화와 주말 드라마의 유사점을 찾아봤다.

○ “우리 이대로 사랑하게 해 주세요”

소포클레스의 희곡에서 자신이 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의 눈을 멀게 한 채 방랑한다. KBS ‘파랑새의 집’도 근친상간 금기(Incest taboo)가 주요 테마다.

극중 한은수(채수빈)는 오빠의 친구인 장현도(이상엽)와 사랑에 빠지기 일보직전. 한데 버려진 은수를 키워온 한선희(최명길)는 현도의 아버지인 장태수(천호진)와 엮이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태수는 선희에게 은수가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추궁한다. 은수와 현도가 사실은 배다른 남매일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둘이 정말 남매인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을 키워가는 은수와 현도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을 긴장하게 만든다. 최창모 건국대 융합인재학부 교수는 “근친상간 금기는 고대부터 사회질서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틀”이라며 “금기 뒤에는 욕망이 숨어 있는데 드라마는 이 억눌린 욕망을 어느 정도 드러내면서 대리 해소시킨다”고 말했다.

○ 비밀 아닌 출생의 비밀

MBC ‘여왕의 꽃’은 야망으로 가득 찬 여자 레나정(김성령)과 그가 버린 딸 강이솔(이성경)이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다. 버려진 딸이 부모와 재회한다는 설정은 바리데기 설화나 심청 이야기와 유사하다.

설화 속 딸들은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고 이야기는 해피엔딩을 맞는다. 그러나 레나와 이솔은 배다른 형제인 박민준(이종혁) 박재준(윤박)과 각각 ‘썸’을 타고 있다. 5일 8회에서는 레나와 이솔이 서로 모녀라는 것을 모른 채 마주쳤다. 모녀 관계가 악연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 드라마는 출생의 비밀이 뒤늦게 드러나는 기존 드라마와는 달리 미리 알려주고 전개되고 있다. 김종학프로덕션 관계자는 “레나와 이솔이 정말 모녀인지를 둘러싼 긴장을 부각하기보다 시청자에게 둘의 모녀 관계를 사실상 알려주고 둘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속도감 있게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 혈통의 징표가 증명

MBC ‘장미빛 연인들’은 종영을 3회 앞둔 4일 49회에서 박차돌(이장우)의 친모가 고연화(장미희)라는 것이 드러났다. 연화가 차돌이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는 자신이 아들의 손목에 묶어준 장명루(무병장수를 기원하며 걸어주는 팔찌)를 차돌이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다. 고구려 유리왕이 아버지 주몽이 남긴 ‘부러진 칼’을 찾아내 아들로 인정받고 2대 왕에 오르는 것과 비슷하다. 신화 연구가 김원익 씨는 “신화 속 출생의 비밀은 영웅이 영웅으로 성장하기 위한 시련을 준다”며 “한국 드라마 속 출생의 비밀은 유난히 혈통에 집착하는 한국적 문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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