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연예인차량’ 언제까지…사고 피해가 컸던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3일 1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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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5인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 멤버를 태운 승합차가 고속도로에서 방호벽을 들이받아 멤버 고은비 씨(22·여)가 숨지고 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3일 오전 1시 23분경 경기 용인시 기흥구 언남동 영동고속도로 신갈분기점 부근(인천 방향 43㎞ 지점)에서 레이디스코드 멤버 5명과 운전기사, 스타일리스트 등 7명이 탄 그랜드스타렉스 차량이 방호벽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은비 씨가 숨지고, 메인 보컬 이소정 씨(21·여), 권리세 씨(23·여) 등 2명은 중상, 나머지 멤버 2명과 스타일리스트 등 4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레이디스코드는 앞서 대구에서 KBS 1TV '열린음악회' 스케줄을 마치고 이동하던 중이었다.

소속사인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측은 "머리에 중상을 입은 리세는 현재 수술 후 경과를 지켜보고 있으며 다른 멤버들은 모두 서울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소정은 골절상으로 수술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운전자 박모 씨(27)의 과속여부를 확인하고 있지만, 비가 내려 스피드마크가 나타나지 않은데다 해당 구간에 페쇄회로(CC)TV가 없어 사고원인 확인에 애를 먹고 있다. 당시 주변을 지나던 차량도 없어 블랙박스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과속이 직접 원인일 경우 운전자를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사고 피해가 컸던 이유로는 고속도로 상에서의 안전벨트 미착용이 꼽히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사고에서 앞에 앉은 운전기사와 스타일리스트는 안전벨트를 했지만 뒷좌석에 앉은 멤버 5명은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레이디스코드 사진=폴라리스엔터테인먼트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수시로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는 연예인들에게 승합차는 의식주를 제공하는 집과 같다"고 말했다. 승합차 속에서 의상을 교체하거나 밥을 먹고, 숙면까지 취해야 하다보니 안전벨트와 같이 편안한 활동을 제한하는 장치를 기피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안전 불감증 △스케줄을 맞추기 위한 과속 운전 △운전자인 매니저의 피로가 겹치면서 연예인들의 차량 안전은 언제나 적신호가 켜져 있다. 가수 A씨의 매니저는 "시간에 쫓겨 살다보니 레이싱하는 마음으로 운전한다. 벌금을 맞더라도 스케줄을 지키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에 '칼치기(자동차 사이를 비집고 다니는 운전형태)', '갓길 주행'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들이 시간에 쫓기는 것은 수익구조 대부분이 행사에 집중돼 있기 때문. 가수 B씨의 소속사 대표는 "돈을 거의 행사로 벌다보니 소속사 입장에서는 하나라도 행사를 더 하는 게 이득이다. 거의 분 단위로 움직이다보니 위험한 줄 알면서도 곡예 운전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따라 쉴 새 없이 이동하다보니 운전을 책임지고 있는 매니저들의 충분한 휴식도 보장되지 않고 있다. 가수 C 씨의 매니저는 "행사가 끝나고 새벽 2시경 서울에 와도 잠을 잘 수 없다. 가수를 숙소에 내려주고 뒷정리까지 한 다음에 집에 가면 새벽 4시"라며 "우리는 항상 잠에 취해 있다"고 말했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정윤철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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