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1시 tvN ‘SNL 코리아’ 리허설 현장. 세트장에서 ‘교황 선출 패러디 콩트’ 리허설 후 출연진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며 다시 대본을 짜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왼쪽부터 유세윤, 신동엽, 이병진, 김민교, 권혁수. CJ E&M 제공
“야, 야, 나와, 나와, 나와!” “카메라 들어옵니다, 조심하세요!”
16일 오후 11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센터의 멀티 스튜디오. 가로 21m, 세로 33m의 이곳에 설치된 세트장은 무려 5개다. 바퀴 달린 카메라 6대가 좌우로 미끄러지고 30여 명의 스태프는 카메라를 따라 우르르 떼를 지어 달린다.
바퀴 달린 카메라로 킥보드를 타는 진풍경도 볼 수 있다. 정말 급한 카메라맨은 오른발을 바퀴 위 발판에 올리고 왼발로 바닥을 차며 반대쪽 세트장으로 날아간다. 빨간 목장갑을 낀 스태프는 뒤엉킨 조명과 카메라 전선을 풀고 있다. 정신없다. 도대체 이건 무슨 시추에이션?
케이블 채널 tvN에서 방영되는 ‘SNL(Saturday Night Live) 코리아’는 미국에서 38년간 방송된 라이브쇼 ‘SNL’의 한국 버전이다. 매주 바뀌는 호스트가 자신의 캐릭터를 살려 코미디와 노래, 콩트로 쇼의 중심을 잡고, 신동엽 이병진 정성호 김슬기가 조연으로 나와 ‘이엉돈 PD의 먹거리 X파일’ ‘글로벌 텔레토비’ 같은 코너에서 19금(禁) 유머를 펼친다.
요즘 뜨겁기로 소문난 ‘SNL 코리아’ 생방송 현장을 찾았다. TV에 나오는 19금 유머는 현장에서 펼쳐지는 쇼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날 호스트는 개그맨 유세윤(33). 제작진은 1주일 전부터 유세윤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하고 아이디어를 냈다. 회의실 칠판엔 인기 드라마, 예능 프로, 광고 등 패러디할 콘텐츠가 한가득 적혀 있다. 이지은 작가는 “작가 9명이 2주간 호스트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대본을 9번까지 수정한다”고 전했다.
생방송 당일 스케줄은 이렇다. 오전 11시 대본 읽기, 오후 1시 리허설, 오후 8시 30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허설(프리쇼), 오후 11시 생방송.
오후 1시 리허설에선 돌발 상황도 벌어진다. 신동엽은 “세트장에서 콩트를 해보니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며 유세윤에게 “네가 바지 벗을래?” “이 대사는 약하니까 빼자” 등 날카로운 조언도 서슴지 않았다.
너무 야한 내용은 프리쇼에서 걸러진다. 프리쇼엔 홈페이지에서 모집한 관객 200명이 초대된다. 안상휘 CP는 “프리쇼 때는 관객들 사이에 앉아 쇼를 본다. 반응이 좋지 않았던 대목을 체크해 코너의 순서를 바꾸고 늘어지는 대사는 쳐낸다”라고 말했다.
이날 객석에서 “푸하하” 대신 “어우∼ 뭐야” 하고 야유가 나온 장면이 있었다. 유세윤이 여러 개의 콘돔을 꺼내며 “딸기향 좋아해요? 야광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대목이었는데 생방송에선 빠졌다.
생방송 시작 30분 전이 되면 새로운 관객 200명이 객석을 메운다. 관객들에겐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거나 돌발행동을 하면 안 된다’ 같은 몇 가지 주의사항이 전달된다. 객석의 웃음소리도 생방송되기 때문에 관객들은 손목 흔들기, 박수 치기, 함성 지르기 등 준비운동을 한다.
“5, 4, 3, 2, 1!” 김민 현장PD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바람잡이가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을 유도한다. 출연진은 리허설 때보다 더 흥분한다. 유세윤이 따귀 맞는 소리도 프리쇼 때보다 더 크게 들렸다. 관객들은 2층 모니터와 1층 세트장을 번갈아 보며 쇼를 관람할 수 있다.
따귀를 너무 맞아 두 볼이 발갛게 부어오른 유세윤. 쇼가 끝나고도 무대를 떠나지 않았다. “여러분 쇼가 너무 짧았죠? 오랜만에 코미디 공연을 해서 좋았어요. 귀싸대기 때리고 맞는 게 제일 좋았죠. 미친놈 소리 듣는 거 좋아하는데 미국식 코미디가 딱 제 스타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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