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OT로 본 새 영화] 기발한 캐릭터 향연 ‘나는 왕이로소이다’

  • Array
  • 입력 2012년 8월 5일 13시 43분


코멘트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포스터.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 포스터.
개성 강한 삼형제다. 게다가 다혈질 아버지도 있다.

형제의 난을 통해 권력을 쥔 조선 태종(박영규)은 술과 여자에 빠진 첫째 양녕(백도빈) 대신 막내 충녕(주지훈)을 세자로 삼는다. 심약한 충녕은 형들의 눈치를 보며 세자의 자리를 거부하고 이런 막내를 지켜보던 둘째 효령은 목탁을 치며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라고 부추긴다.

그래서 궁궐 담을 넘었다.

담 너머에는 충녕과 똑같이 생긴 노비 덕칠이 있다. 충녕과 덕칠은 신분을 바꿔 서로의 자리에 앉는다.

노비로 전락한 충녕은 아무리 “나는 세자다”라고 우겨도 믿어주는 이가 없고, 느닷없이 세자가 된 덕칠은 호화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사고만 친다. 8일 개봉하는 코미디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감독 장규성·제작 데이지엔터테인먼트)다.

● STRENGTH(강점)…기발한 캐릭터·화려한 조연

걸핏하면 ‘이단 엽차기’를 하는 태종, 양반집에 들어가 쌀을 훔치는 황희(백윤식), 질투에 눈이 멀다 못해 물불 가리지 않는 세자빈(이미도)까지 기발한 캐릭터의 향연. 충녕의 호위무사 해구를 연기한 임원희는 느닷없이 닥친 밑바닥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익살스럽게 연기해 영화에 기름칠을 제대로 했다.

출연 배우수가 많은 만큼 ‘집중해 볼 만한 역할’도 여럿. 백윤식과 변희봉이 선악역을 맡아 든든하게 이야기를 받치고 박영규는 웃기지만 무시할 수 없는 왕의 ‘포스’를 뿜어낸다.

새로운 배우를 발견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세자빈을 연기한 이미도는 탁월한 코믹 연기로 등장하는 장면마다 폭소를 유발한다.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가 발견한 ‘의외의 스타’가 ‘납뜩이’ 조정석(건축학개론)이었다면, 하반기의 발견은 이미도가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 WEAKNESS(약점)…느슨한 긴장

연출을 맡은 장규성 감독은 ‘선생 김봉두’를 시작으로 ‘여선생 대 여제자’, ‘이장과 군수’까지 코미디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해왔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만드는 찰진 코미디가 장 감독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사실을 떠올릴 때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비교적 긴장이 덜하다.

궁궐의 모습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기발랄하게 그리며 시작한 영화는 유쾌하게 이야기를 펼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에피소드가 산만하게 섞인다.

충녕이 처참한 백성들의 삶을 직면하고 철이 드는 설정이 필요했다 하더라도 갑자기 많은 이야기를 한 데 섞어 넣은 느낌.

● OPPORTUNITY(기회)…주지훈의 ‘가능성’ 발견

흥행 결과를 떠나 주인공 주지훈은 이 영화로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 첫 사극, 첫 1인 2역, 첫 액션까지 처음 도전한 게 많지만 제 몫을 해냈다.

모델 출신 연기자 주지훈이 처음 시도한 거지 분장이 처음엔 낯설지만 갈수록 익숙해지며 그 안에서 나오는 반전의 재미를 감상하는 일도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매력. 덕칠이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장면은 ‘더티 코미디’로는 압권. 그에 곁들여진 ‘19금’에 가까운 혼탕 장면은 보너스.

모험을 겪은 뒤 한결 성숙해진 충녕의 모습을 보여줄 때도 주지훈은 흐트러짐이 없다. 한 편의 영화에서 코미디부터 멜로, 성장기를 유연하게 소화했다. 그러고 보면 영화 데뷔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부터 ‘키친’까지 주지훈의 연기력은 흔한 ‘논란’ 한 번 거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흘러왔다.

● THREAT(위협)…사극 대 사극

사극 대 사극의 대결. 물론 이야기가 다르고 배우가 다른데다 분위기까지 다르지만 사극의 대결이란 점에서는 비교가 불가피.

같은 날 개봉하는 차태현 주연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조선시대 금보다 귀한 얼음 탈취 작전을 그렸다. 성동일 고창석 신정근 등 탄탄한 조연 배우들의 구성으로도 ‘나는 왕이로소이다’와 비교된다.

이미 극장가를 점령한 대작들의 막강한 파워를 견딜 에너지를 갖고 있느냐도 관건. ‘도둑들’과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흥행 속도는 ‘나는 왕이로소이다’가 개봉하는 8일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