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레이디가가, 예상 밖의 콘서트 ‘파격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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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30일 07시 00분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현장 사진. 사진제공|현대카드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현장 사진. 사진제공|현대카드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월드투어 ‘본 디스 웨이 볼’ 서울 공연이 27일 밤 서울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4만5000여 팬들이 모인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1996년 마이클 잭슨 이후 주경기장을 관객으로 가득 채운 팝스타는 레이디 가가가 처음이라니, 역대 흥행 팝스타 내한공연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내한을 앞두고 몇 가지 논란이 일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선정성’을 이유로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내리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들은 ‘기독교를 비하하고 동성애 등을 조장한다’며 레이디 가가 내한공연 직전까지 반대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기자가 본 공연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파격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겐 오히려 ‘심심했다’는 이야기까지 들을 정도였다. 가가가 오토바이 위에서 여성 댄서와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취한 것이 가장 ‘선정적인’ 장면이자,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주장의 빌미를 줄 수 있겠지만 불쾌하거나 성적 흥분을 유발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가가의 의상 중 가장 반향이 컸던 것으로 꼽히는 ‘생고기 의상’도 이날 등장했다. 히트곡 ‘포커페이스’를 부르며 생고기 무늬 의상을 입고 스스로 ‘정육점의 고깃덩어리’가 됐다가 분쇄기로 빨려 들어가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그러나 이는 레이디 가가가 여성을 성적인 대상으로 보는 남자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다. 가가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외쳤다.

가가가 평소 이재민 구호 활동, 에이즈 예방과 퇴치,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 등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퍼포먼스는 퇴폐와 환락을 조장하기보다 오히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려는 ‘행위예술’ 같았다. 성숙한 사회라면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해야 한다. 레이디 가가 공연을 선정적이라고 보는 영등위의 우려나,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일부 보수 개신교 단체의 걱정도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레이디 가가의 공연 후기가 오른 인터넷 블로그들을 보면, ‘가가의 에너지 넘치는 공연을 보고, 삶의 활력과 긍정의 에너지를 얻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다양한 가치가 충돌하고 공존하는 사회, 건강한 대중문화를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밑바탕은 아닐까.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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