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김소연 “‘꺾기도’로 ‘멘붕’? 내가 아니라 시청자겠지!” (인터뷰 ②)

  • 동아닷컴
  • 입력 2012년 3월 16일 13시 48분


코멘트

김소연 “‘꺾기도’로 ‘멘붕’? 내가 아니라 시청자겠지!” (인터뷰 ②)
● “개그맨, 천성적으로 착한 사람들”
● “친밀함, 나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 “성실하다고? 당연한 일이다”

<김소연 인터뷰 ①편에 이어>

“혀 더 내밀 걸. 동작도 더 크게 하고” 배우 김소연(32)은 아쉬워했다.

그는 지난 4일 KBS2TV ‘개그콘서트-꺾기도’에 출연했다.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헐렁한 흰 티에 빨간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올라 “김소~연기잡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혀를 내밀고 ‘메롱’ 춤을 췄고, 서인영의 ‘신데렐라’를 “나는 신사임당”이라 개사했다.

그날 시청자 게시판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소연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다. 홍수아가 프로야구 시구의 기준을 만들었다면, 김소연은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비개그맨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 관계자는 “김소연이 워낙 정성을 보이니까 개그맨들이 같이 사진을 찍고 갈 정도로 반기더라”고 대기실 분위기를 전했다.

물론 김소연도 다른 게스트처럼 홍보가 목적인 예능 나들이였다. 그는 영화 ‘가비’(15일 개봉, 감독 장윤현)에서 고종암살작전에 휘말린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로 분했다.

▶ 꺾기도, ‘개콘’에 나오려면 김소연 정도 해야지

- ‘꺾기도’ 이야기부터 해보자.

“도움을 참 많이 받았지. ‘꺾기도’로 친근감 상승? 호호. 그래도 리허설 할 땐 좀 쑥스러웠다. 개그맨분들이 다 객석에 앉아 있었다. ‘까불이~’ 하니까 다 웃어줬지. 용기를 북돋아 줬다. 그 덕분에 본 방송할 때 춤도 더 크게 췄다. 현장 분위기가 분명히 더 재미있었는데.”

- 개그맨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친밀하게 맞아주시더라. 녹화 끝나고 나오는 길목에서 다들 잘했다고 해줬다. 마치 링 위에서 경기하고 내려온 것 같았지. 방송 보니까 아쉬움이 많다. 그래도 ‘가비’ 홍보 기간에 나에게 불꽃을 만들어 줬던 경험이다. ‘가비’를 이유로 나의 욕구불만을 드러낸 거지.(웃음) 11살 조카가 ‘개콘’이랑, ‘런닝맨’, ‘무한도전’을 좋아한다. 매일 ‘감사합니다~’를 흉내낸다. 요즘은 ‘다람쥐~’에 빠졌다. 조카는 이사하느라 아직 못 봤다. 빨리 이모의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

- 시청자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시집 다 갔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그 정도면 양호하지. ‘김소연이 미쳤구나’도 있었다.(웃음) ‘멘붕’(공황상태를 이르는 속어)이 왔느냐고? 좀 더 열심히 할 걸 생각이 더 컸다. ‘멘붕’은 내가 아니라 시청자분들에게 온 것 같다.”

- 개그우먼 정경미가 자신의 트위터에 “같이 코너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정말 영광이다. ‘개그콘서트’에서 직접 느끼기도 했고, ‘다큐3일’을 보면서도 많이 느꼈다. (개그맨들은) 정말 어마어마한 노력을 한다. 덩달아 나도 잘 해겠단 생각밖에 안 든다. 더 잘 해야 했는데, 죄송하지. 그리고 (개그맨들이) 참 친절하다. 누군가에게 웃음을 주는 일은 천성이 착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런 분들과 같이해서 정말 행복했다. 그렇지만 ‘다시보기’는 절대 안 할 거다.”

- 제의가 다시 들어와도 또 열심히 할 건가.

“그럼, 당연하지. 일요일 밤 10시라는 방송 시간대가 사람을 더 열정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냐. 월요일을 맞이하기 전에 웃으려고 ‘개그콘서트’를 보는 거니까. 내가 조금이나마 웃음을 드렸다는 게 그렇게 행복할 수 없다. 그로 인해 ‘가비’ 인지도도 올라가고.”

- 역대 게스트 중 가장 오래 전파를 탄 것 같다.

“평균 분량인데, 내가 욕심을 냈지. ‘마보이’할 때 한 번 더 한다던지. 원래 ‘신사임당’이었는데 다음날 원고에 ‘태연에 간디’로 바뀌었다. 작가에게 둘 다 하겠다고 했다. ‘‘태연에 간디’를 먼저 하면 공황상태가 올 거다. 그럼 ‘신사임당’으로 치고 가겠다‘고. 그래서 좀 길게 나온 게 아닌가 싶다.”


▶ 예능, 나오기만 하면 ‘레전드’

- 김소연이 예능프로그램만 나오면 그 편은 화제가 되더라. ‘해피투게더’도 그랬다.

“‘승승장구’랑 ‘2009년 연기대상’(속사포 소감)도 있다.(웃음) 처음엔 예능프로그램을 무서워했다. 오해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컸고, 사실 오해도 심하게 받아봤고. 자신을 꽁꽁 묶어 놨다. 그런데 봉인해제 되듯이 (예능 출연 후에) 다른 세상이 있더라. 예능 덕분에 나를 달리 보시는 분들이 생기고. 특별한 경험들이다. 물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엔 항상 긴장된다. 이제 조금 적응했나 싶다. ‘꺾기도’ 할 땐 어떻게 해야 재미있을까 하고 안무를 짜고 있었거든. 예능에 욕심이 생긴 거지. 데뷔 18년 만에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구나 싶다.”

- 데뷔 초에는 성숙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있었고, 아이돌 팬들에게 ‘꺼져라’라는 소리를 직접 듣기도 했다. 이젠 ‘호감의 아이콘’이다. 역시 예능의 힘인 것 같나.

“정말 그런 거 맞나? (웃음) 그렇다면 예능 덕분이다.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덕분에 촬영 현장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예전엔 현장에서 지금처럼 밝지 않았다. 그 당시엔 연기만 생각했다. 주도해서 회식하는 건 생각도 못했다. 그런 경험(예능)을 몇 번 하니까 친밀함이라는 게 얼마나 큰 고마움인지 알겠더라. 사람들이 나를 보는 눈길도 달라진 것 같고, 나도 편해졌다. 예능 출연은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다음엔 뭘 할까.(웃음)”

- ‘이브의 모든 것’ 허영미 시절을 떠올려 보자. 그때 김소연을 보면 백화점 가서 환불 잘할 것 같다.

“엄청 까칠하게 말이지? (웃음) 난 내가 평범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나를 볼 땐 심하게 까다롭게 보더라. 내가 볼 때 내 얼굴이 그렇게 못돼 보이지 않는데, 왜 그렇게 나를 못되게 보는 걸까 했다. 해결 방법도 몰랐고. 지금 돌이켜 보면 스스로 나를 가둔 것 같다. 그런 이미지를 싫어하면서 스스로 맞춰갔던 거지. 오해, 가식 이런 말들이 너무 싫었고. 용기를 내게 해 준 사람들, 현장에서 호응해준 분들에게 고맙다. (예능프로그램에 나와서) 누군가에게 웃음을 준다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다. 신기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나를 편하게 여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조금씩 현실이 되어 가고 있으니까.”

동아닷컴 김윤지 기자 jayla3017@donga.com
사진 |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

☞ 김소연 인터뷰 ① 편 보기

※ 오·감·만·족 O₂플러스는 동아일보가 만드는 대중문화 전문 웹진입니다. 동아닷컴에서 만나는 오·감·만·족 O₂플러스!(news.donga.com/O2) 스마트폰 앱으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