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형-감독 동생 “영화 찍으며 8년간 ‘연애’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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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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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선후배 영화 배우 하정우-감독 윤종빈 ‘범죄와의 전쟁’서 세 번째 호흡

2005년 신인 배우와 초보 감독으로 만난 하정우(왼쪽)와 윤종빈 감독은 이제 스타 배우와 충무로의 블루칩 감독으로 성장했다. 하정우는 신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윤 감독이 연출한 세 작품에서 모두 주연을 맡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005년 신인 배우와 초보 감독으로 만난 하정우(왼쪽)와 윤종빈 감독은 이제 스타 배우와 충무로의 블루칩 감독으로 성장했다. 하정우는 신작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윤 감독이 연출한 세 작품에서 모두 주연을 맡았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2월 2일 개봉하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는 1980년대 부산 폭력조직의 세계를 소재로 하고 있다. 세관 공무원 출신으로 조직폭력배의 이권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지만 제대로 된 건달 축에도 못 들어 ‘반달’로 불리는 최익현(최민식)과 부산 최대 조폭의 보스 최형배(하정우)를 둘러싼 권모술수와 의리, 배신을 다뤘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하정우(34)와 윤종빈 감독(33)을 만났다. 이 작품은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2008년 ‘비스티 보이즈’에 이어 이들 ‘짝패’의 세 번째 작품. 이번 영화에서 “80년대 조폭들을 통해 지나간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를 살피고자 했다”는 윤 감독은 자신의 모든 개봉작에서 하정우를 주연배우로 내세운 셈이다.

“배우와 감독은 영화를 통해 연애를 하는 거와 같아요. 소통이 정말 중요한데, (정우) 형은 정말 잘 통하는 배우죠. 제가 ‘형, 모모 영화에서 아무개 배우가 연기한 그 느낌’ 이런 식으로 말하면 척 알아들어요.”(윤종빈) “시나리오를 봤을 때부터 한국판 누아르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부산 사나이, 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 갱스터…. 남자라면 그런 것에 대한 로망이 있잖아요.”(하정우)

두 사람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선후배 사이지만 연기와 영화 전공으로 나뉘어 학부 시절에 알고 지내진 않았다. 학교 연극무대에 오른 하정우의 모습을 보고 윤 감독이 하정우의 미니홈피에 쪽지를 보낸 것이 인연이 됐다.

“무대에서 보여주는 힘이 정말 대단했어요. 그래서 쪽지를 보냈죠. ‘연기 잘 봤습니다. 언젠가 제가 감독이 되면 선배님과 같이하고 싶습니다.’”(윤종빈)

그 2년 뒤 두 사람은 윤 감독의 졸업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를 통해 진짜 배우와 감독으로 다시 만난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진출했고, 두 사람은 영화계의 무서운 신인으로 떠올랐다. 둘이 열 달간 함께 살다시피 하면서 만든 작품이다.

세 번째 영화는 어땠을까. 하정우는 배역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전신문신을 감행하고, 부산 사투리를 익히기 위해 고향이 부산인 윤 감독을 따라 한 달간 ‘어학연수’도 했다.

“전작(‘황해’)의 연변 사투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부산 사투리로 고치는데, 외국어를 배우는 것 같았죠. 말투보다 부산 사내들이 어떤 ‘솔(soul)’,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유심히 관찰했어요.”(하정우) “형에게 부산 사내들의 ‘가오’(허세)를 잘 살려 달라고 부탁했어요. 형은 거기서 나아가 가오 잡는 그 사내들이 가끔씩 보이는 귀여움도 잡아내더군요.”(윤종빈)

서울 강남구 잠원동 동네 친구인 두 사람은 지금도 매주 3회 이상 동네 포장마차에서 술자리를 갖는다. 배우와 감독이 만나면 영화 얘기만 할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박주영이 아스널을 간 게 잘한 것인가, 추신수가 다년계약을 할 것인가 등등…. 가끔 영화 얘기도 하는데 특정 인물 하나를 집어서 해체, 분석하죠.(웃음) 그런 시간 덕에 촬영 현장에서 소통이 유독 잘되는 것 같아요.”(하정우)

둘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프랑스 칸에 갔을 때,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도 1973년 ‘비열한 거리’로 같은 무대에 초청된 사실을 떠올리며 그들 같은 콤비가 되자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 꿈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서로를 보면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배우와 감독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 영화를 함께하고 추억을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잖아요. 아직 해야 할 작품이 더 많으니 계속 전진해야죠.”(하정우)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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