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 A 개국 특집/커버스토리]색색의 수다,빵 터집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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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시추에이콤(시추에이션 드라마+로맨틱 코미디) 컬러 오브 우먼

대한민국 최초 시추에이콤 ‘컬러 오브 우먼’의 남녀 주인공들.
대한민국 최초 시추에이콤 ‘컬러 오브 우먼’의 남녀 주인공들.
빨주노초파남보만으로는 부족하다. 브론즈, 핑크, 코럴을 더해도 완성되지 않는다. 트로피컬 골드, 초코 스모키, 자바틱 블루, 트로피컬 코럴…. 팔레트가 필요하다. 립 팔레트, 아이 팔레트에 있는 색을 다 섞어보지만 결정적인 나만의 색이 뭔지, 세상은 내게 어떤 색깔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모공만 한 빈틈 하나 보이고 싶지 않을 뿐. 우산보다 아늑한 건 비비크림 아래다. 화장 톤에 따라 그날 기분까지 달라진다. 그들, 여자다.

‘여자의 색’을 뜻하는 ‘컬러 오브 우먼’(매주 월 화 오후 9시 20분∼10시 30분)은 채널A가 개국과 함께 선보이는 24부작 미니시리즈다. 눈에 띄는 색깔이 없었다면 개국작의 영광을 안았을 리 없다. 극본을 맡은 이시현 작가는 “대한민국 최초의 시추에이콤이 될 것”이라고 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바탕에 시추에이션 드라마라는 새 포맷을 장착했다는 것이다.

‘본부장’은 있되 ‘캔디’는 없고, ‘본부장 비서’는 있는데 ‘신데렐라’는 없다. 불치병과 출생의 비밀 대신 우정과 사랑을 오가는 다층적 감정선이 도사리고 있다. 윤소이, 이수경, 재희, 심지호가 ‘4톱’이다.

배경은 화장품 회사다. 여자의 색깔을 찾는 모험이 시작되기에는 그럴듯한 무대다. 메가폰을 잡은 김수영 PD는 황인뢰 PD와 MBC ‘궁’ ‘궁S’ ‘돌아온 일지매’를 공동 연출했다. 극본을 맡은 이 작가는 영화 ‘용의주도 미스신’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썼다. 한국 트렌디드라마의 효시라 불리는 ‘질투’와 ‘애인’의 최연지 작가도 참여했다.

왼쪽부터 윤소이, 심지호, 재희, 이수경
왼쪽부터 윤소이, 심지호, 재희, 이수경

■ 억척女-애교女-허당男-까칠男 사랑의 교차방정식


얘기는 이렇다. 29세 여성 변소라(윤소이 분)는 요령, 애교 모른다. 서민의 딸에 외모는 평범하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1980년대 가훈이 21세기 소라의 모토. 화학을 전공했다. 학계에서 바른말 좀 했다 쫓겨난 뒤 전공 살려 화장품 회사에 취직했다. 일등 아니면 의미 없다. 무기는 원칙과 실력뿐이다.

왕진주(이수경)는 예쁘다. 섹시하고 순수하고 사랑스럽지만 자유분방한 속물. 남자친구, 끊길 일 없다. 장미와 향수 선물하면 “고마워, 자기야” 대신 “반지나 목걸이는 없어?”라고 반응한다. 친구 남친 뺏었다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나 소라에게 엉겨 붙고 화장품 회사에 취직한다.

강찬진(심지호)은 180cm가 훌쩍 넘는 키에 꽃 같은 외모를 지닌 화장품 회사 브랜드 매니저다. 편하고 재밌고 유쾌하고 따뜻하며 섬세한, 여자들의 수호천사 아니면 카사노바다. 필살기는 “내 여자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길거리에서 키스해주기. 한없이 좋기만 한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다.

윤준수(재희)의 직함은 흔해빠진 본부장이다. 그런데 좀 다르다. 좀 덜 나쁜 남자다. 화장 짙은 여자만 보면 신물 나는데 아버지가 화장품 회사를 물려줬다. 미국에 두고 온 옛 연인만 오매불망 기다리는 마지막 로미오이자 숙맥. 겉은 강한데 속은 무르다.

얼핏 보면 미국 드라마 ‘프렌즈’와 ‘섹스앤드더시티’를 섞어놓은 듯하다. 네 남녀는 직장도 같고 집도 가깝다. 준수와 찬진이 한집에, 소라와 진주가 같은 집에 사는데, 두 집이 길 하나 사이에 두고 대각선으로 인접해 있다. 일과 사랑에서 모두 얽히고설킨다. 진한 우정과 얄팍한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고, 뭉쳤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트레이닝복과 정장을 오가듯 네 남녀의 우정과 일, 사랑도 밤낮으로 무대와 양상을 바꿔간다.

김 PD는 여자니까 여자들만 알 수 있는 걸 더 잘 보여줄 자신이 있단다. “경쾌하게 시작했다가 내재했던 감정들이 붙으면서 멜로로 화학적 변화를 하는 게 미니시리즈의 공식이었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진지해지는 것이다. ‘컬러오브우먼’은 끝까지 코믹하고 경쾌한 톤을 가져가면서 다른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여자들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이 작가는 “매 회 여성의 심리를 대변하는 주제를 하나씩 잡아 극을 진행할 것”이라며 “상반된 두 여성이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적나라하게 보여줘 시청자들이 ‘어떤 게 나의 모습일까’를 생각해볼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시추에이션적 성격을 70%, 연속성을 30% 가져가며 변화하는 캐릭터의 모습도 보여준다는 게 이 작가의 계획이다.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포스터 촬영 현장에서 만난 배우들은 개국작이자 새로운 포맷의 드라마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들떴는지 연방 웃음을 터뜨렸다. 재희와 심지호에게 이 드라마는 병역을 마치고 화면에 복귀하는 첫 작품이다.

재희는 “다른 드라마의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컬러오브우먼’의 대본을 보고 미드를 보는 듯한 느낌에 눈이 확 뜨였다”고 했다. 올 초 전역한 그는 상병 때 연예 병사로 차출되기 전까지 경북 영천에서 탄약 취급병을 했다. 한겨울에 바가지로 찬물 퍼 샤워하고 열 살 어린 친구들의 명령에 따르면서 ‘숙이는’ 법을 배웠다고. “늘 가난한 역할만 했는데 난생처음 부잣집 아들이에요. 윤준수는 호오가 분명하고 까칠한데 돌아서면 귀엽죠.”

그의 친구 심지호는 영화 ‘무방비도시’ ‘쌍화점’에서 단검과 긴 칼을 들고 슬프거나 비장한 표정을 짓기 바빴다. 30대가 돼 처음 찍는 이번 드라마에선 숨겨둬 억울했던 밝은 매력을 제대로 발산하겠다는 각오다. “찬진은 귀엽고 남성적이지만 은근 허당이죠. ‘찬진이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러워 드라마 본다’는 여성 팬들이 많아졌으면 해요. ‘심지호, 잘 컸네’ 하면서요.”

칼 좀 휘두른 걸로 치면 윤소이도 만만찮다. 최근작이 ‘무사 백동수’. 데뷔 영화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서는 말 그대로 장풍까지 쏴봤다. “출연작의 절반 이상이 뭘 휘두르는 캐릭터였어요. 변소라는 원칙주의자에 억척 푼수인데 저와 비슷하면서도 달라요. 여우 같은 여자 친구에게 눈을 흘기면서도 몰래 따라해 보고 자꾸 훔쳐보죠.” 윤소이가 생각하는 ‘컬러오브우먼’은 무얼까. “세상의 모든 색을 다 합쳐 놓은 것? 단, 검정과 파랑만은 꼭꼭 감추고.”

왕진주 역을 맡아 마지막으로 드라마에 합류한 이수경은 ‘소울메이트’ ‘며느리 전성시대’ ‘천만번 사랑해’ 등을 거치면서 보기만 해도 유쾌해지는 신세대 여성 역할에 최적화됐다. 예쁘장한 외모에 ‘확 깨는’ 연기가 전매특허. ‘대물’에서 아픔을 지닌 갤러리 관장 장세진을 연기하며 팜파탈로 분했다가 왕진주를 통해 다시 ‘양지’로 나왔다. “왕진주는 예쁘고 철없고 귀엽고 자유분방한 캐릭터예요. 저와 닮았죠. 전 항상 긍정적이고 즐겁게 일하거든요. 너무너무 기대돼요. 채널A요? A급 방송국이 될 거예요!”

‘컬러오브우먼’은 다음 달 5일 오후 9시 20분 첫 전파를 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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