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비밀’도 교차상영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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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2일 07시 00분


상영관 절반 이상 줄어들고 교차 상영
이영미감독 “공정한 기회 박탈 피눈물”


“가슴이 찢어지는 기분입니다.”

17일 개봉한 장서희 주연의 ‘사물의 비밀(사진)’의 연출자 이영미 감독이 개봉 첫 주말을 보내고 21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말이다. 이 감독은 영화계 오랜 관행인 저예산 영화의 교차상영 문제를 꼬집으며 “정정당당하게 겨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야 하는 상황에 피눈물이 난다”고 했다.

이 감독에 따르면 ‘사물의 비밀(사진)’은 개봉 전 50개에서 100여 개의 상영관을 배급사와 약속했다. 하지만 개봉 직전 상영관 수는 20개로 줄었고 그나마도 교차상영, 즉 하나의 상영관에서 두세 편의 영화를 교차로 틀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이 감독은 “(영화계가)독립자본의 상영영화와도 공생한다는 믿음을 보여 달라”고도 했다. ‘사물의 비밀’은 17일부터 20일까지 전국 30개 스크린에서 3215명(영진위 집계)을 모으는 데 그쳤다.

사실 교차상영 논란은 ‘사물의 비밀’만의 문제가 아니다. 10월 초 송혜교가 주연한 ‘오늘’도 역시 개봉 당일부터 대형 상업영화들과 교차로 상영됐고 결국 영화가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간판을 내렸다. 윤계상 주연의 ‘풍산개’ 역시 비슷한 문제로 맘고생을 해야 했다. 이런 교차상영에 대한 영화계의 반응은 둘로 나뉜다.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과 이영미 감독의 말처럼 창작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영화 상영관 수를 정하는 건 예매율을 반영한 결과”라며 “교차상영 영화 대부분은 예매율이 낮다. 관객의 수요가 많으면 상영관을 늘리지만 수요가 적은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한 영화사의 대표는 “시장의 논리에 맡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평가받을 기회를 주지도 않고 결과부터 판단하는 관행은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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