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또 케이블 베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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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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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새 프로 ‘다이어트…’ 기본 포맷 스토리온과 흡사

28일 방송되는 SBS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왼쪽 사진)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이 2008년부터 내보내고 있는 ‘다이어트 워’와 기본 포맷이 비슷하다. SBS·스토리온 제공
28일 방송되는 SBS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왼쪽 사진)는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이 2008년부터 내보내고 있는 ‘다이어트 워’와 기본 포맷이 비슷하다. SBS·스토리온 제공
‘살 때문에 고통받는 전국 비만인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줄 지상 최대의 다이어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SBS는 ‘김연아의 키스 앤 크라이’에 이어 28일부터 ‘새롭게’ 방송할 프로그램 ‘다이어트 서바이벌 빅토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 시작도 전에 기시감을 느낀다. 케이블 채널 스토리온이 2008년부터 내보내고 있는 ‘다이어트 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살을 빼고 싶은 일반인들이 합숙소에서 몸짱 트레이너의 멘토링을 받으며 다이어트 경쟁을 벌여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는 기본 포맷이 같다. ‘다이어트 워’는 현재 ‘시즌5’가 방송되고 있다.

케이블 방송을 따라하는 지상파 프로그램이 부쩍 늘었다. 케이블 방송에서 과감하게 시도했다가 성공을 거둔 포맷을 지상파 방송사가 가져다가 포장만 달리해 재생산하는 식이다.

케이블 채널 엠넷의 ‘슈퍼스타K’가 전국적 화제를 모았던 것이 기폭제였다. 이후 슈퍼스타K에 ‘멘토링제’를 더한 MBC ‘위대한 탄생’ 등 미투(Me too) 오디션 프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지상파 채널의 황금시간대를 장악하고 있다.

MBC는 최근 아나운서 공개채용 프로 ‘신입사원’을 통해 아나운서 3명을 선발했다. 이에 앞서 올리브와 tvN은 2008년 방송인 백지연 씨를 심사위원으로 내세워 아나운서 채용 공개 오디션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아나운서 편’을 방송했다. 최종 선발된 1명은 CJ미디어 아나운서로 채용됐다.

파일럿 프로그램에 그치긴 했지만 6월 말 방송된 SBS의 ‘온에어’는 tvN의 인기 프로 ‘택시’와 비슷하다. 유명인을 승객으로 태우는 ‘택시’와 달리 ‘온에어’는 일반인을 태운다는 점만 달랐다.

지난해 10월 OCN이 메디컬 수사극 ‘신의 퀴즈’를 방영해 화제가 되자 SBS는 올 초 비슷한 내용의 ‘싸인’을 내보내 재미를 봤다. SBS가 당시 ‘국내 최초 메디컬 수사물’이라는 홍보 문구를 내걸자 ‘신의 퀴즈’ 마니아들은 인터넷에서 이 홍보 문구의 사용 금지를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유료 채널인 케이블 방송은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지상파 방송에 비해 파격적인 시도를 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케이블의 검증된 포맷을 따라가기에 급급한 지상파 방송사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영미문화학과 교수는 “케이블 방송은 순발력이 필요한 프로그램을, 지상파 방송은 교양물 또는 사회적 의제 형성에 집중하는 역할분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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