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퀵’ 스턴트맨 3인방, 오세영-최동헌-박병렬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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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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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옥상점프땐 우리도 심장 덜컥”

쿵후와 기계체조를 한 오세영 무술감독(가운데)은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태권도 4단인 박병렬 팀장(오른쪽)은 돌려차기를, ‘겨우’ 태권도 2단이라는 최동헌 감독은 발 걸기를 선보였다. 배경은 박 팀장이 오토바이로 유리창을 뚫고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쿵후와 기계체조를 한 오세영 무술감독(가운데)은 공중으로 날아올랐고, 태권도 4단인 박병렬 팀장(오른쪽)은 돌려차기를, ‘겨우’ 태권도 2단이라는 최동헌 감독은 발 걸기를 선보였다. 배경은 박 팀장이 오토바이로 유리창을 뚫고 나오는 영화의 한 장면.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영화 ‘퀵’의 마지막 촬영이 있던 2월 27일, 주연배우 이민기 대역인 스턴트맨 박병렬 무술팀장(31)은 멋진 엔딩신을 남기고 싶었다. 이날 촬영 내용은 김인권이 이끄는 폭주족 모임 ‘화양리 레이더스’의 일원으로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를 뛰어넘어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것이었다. 9년 경력의 베테랑이지만 욕심을 부린 탓일까. 차는 멋지게 넘었는데 중심을 잃고 나뒹굴고 말았다. 복사뼈가 산산조각이 나는 전치 4주의 중상이었다. 그가 다치는 모습은 ‘퀵’의 보너스 엔딩 장면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폭주족 출신 퀵 서비스맨(이민기)이 우연히 폭탄을 배달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은 ‘퀵’은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들이 인정사정없이 부딪치고, LP가스통이 고속도로에 줄줄이 떨어져 대형 버스를 박살내는 장면, 오토바이가 시원한 굉음을 내며 옥상 위를 휙휙 날아다니는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오세영(44) 최동헌(33) 무술감독, 그리고 박 팀장은 ‘퀵’의 진짜 주연인 박진감 넘치는 액션장면을 만들어낸 주역들이다. 오 감독은 충돌하는 차량과 스턴트맨들의 동선을 짰고, 최 감독은 승용차를 박살내는 트럭을 운전했다. 박 팀장은 스턴트맨들의 세세한 동작을 지휘했다. 이들의 지휘를 받은 스턴트맨 60∼70명은 차량 100여 대를 폐차장으로 보냈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코웃음을 쳤어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오토바이라니 제정신이 아니라고 했죠.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니 다른 데 가서 알아보라고 했습니다.”(오 감독)

하지만 제작진은 계속 매달렸고 감독들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한국에서 스턴트맨으로 살아가려면 무모함은 필수입니다. 우리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어요.”(최 감독)

폭발하는 건물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점프해 튀어나오는 장면은 박 팀장의 몫이었다. 도약을 위해 삼각대 위로 날아오른 오토바이는 바닥에 깔린 종이상자 400장 위로 떨어졌다. 제대로 착지가 될 리 없다. “이럴 때 다치고 안 다치고는 팔자죠. 100% 안전하면 스턴트맨이 필요 없잖아요.”(오 감독)

오토바이가 건물 유리창을 깨고 나오는 장면에서는 자동차 유리처럼 잘게 깨지는 강화유리를 썼다. 하지만 뜻밖에 큰 유리조각이 생겨나 여주인공 강예원의 대역을 맡은 스턴트맨의 팔을 찔렀다. 피가 철철 쏟아졌다. “모든 유리는 다 위험하다는 걸 깨달았죠.”(박 팀장)

이민기가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명동의 건물 옥상에서 옥상으로 잇따라 점프하는 장면에서도 컴퓨터그래픽(CG)은 물론 ‘아날로그 액션’이 필요했다. “도약과 착지 장면은 실제로 연기를 해야 했어요. 오토바이 점프 전문가가 20여 m를 날아가 속도감 있게 착지했죠. 이 장면을 찍을 땐 저도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요.”(최 팀장)

스턴트맨들에겐 상처가 훈장이다. 27년 경력의 오 감독은 1990년대 초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를 찍으며 다리에 3도 화상을 입었다. 특수효과팀과 신호가 맞지 않아 건물 탈출 전 폭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11년 경력의 최 감독은 2009년 ‘그림자 살인’ 촬영 때 오른쪽 어깨 인대가 찢어져 지금도 턱걸이나 공 던지기는 엄두도 못 낸다.

이들이 제일 속상할 때는 목숨 걸고 공들인 장면에 “외국 영화를 따라했다” “전부 CG로 찍었겠지” 하는 댓글이 달릴 때다. 스턴트맨들에겐 연애도 쉽지 않다. 서른한 살이라 아직 여유가 있는 박 팀장은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위험해도 날 사랑할 수 있느냐”고 당당하게 묻지만, 몇 번 퇴짜를 맞아본 최 감독은 거짓말을 한다고 했다. “에이, 다 CG예요. 하나도 안 위험해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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