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대작 맞불… 20일 개봉 ‘고지전’ VS 21일 개봉 ‘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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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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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눈물없인 못보는 감동 VS 휙~ 쉼 없는 초스피드 액션

고지전 6·25전쟁 중 이름 없이 스러져간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지전’. 쇼박스 제공
고지전 6·25전쟁 중 이름 없이 스러져간 병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지전’. 쇼박스 제공
‘100억 vs 100억.’

각각 1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 ‘고지전’(20일 개봉)과 ‘퀵’(21일)이 하루 간격으로 개봉하며 흥행 맞대결을 벌인다. 100억 원대 한국영화 두 편이 같은 시기에 개봉하는 ‘빅뱅’은 이례적이다. 두 영화의 대결은 대표적인 국내 투자배급사인 쇼박스(‘고지전’)와 CJ E&M(‘퀵’)의 대결이기도 하다. 올여름 흥행의 명암도 두 영화의 성적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휴머니즘을 담은 전쟁영화를 표방한 ‘고지전’, 국내 첫 스피드액션 블록버스터를 꿈꾸는 ‘퀵’. 색깔이 다른 두 작품의 장단점을 분석했다.

○ 고지전: 연출력은 ‘명불허전’, 무거운 분위기는 숙제

“전쟁영화가 아니라 전장(戰場)영화다. 실제 전쟁터에 들어선 것 같은 생생함, 그때 그곳의 상황이 관객에게 색다른 공감을 안겨주는 영화이길 바란다.”

장훈 감독의 말처럼 ‘고지전’은 전쟁이란 거대 명분 아래 이름 없이 스러져간 수많은 병사의 이야기를 묵직하게 담았다. 전쟁의 소모품으로 소멸되기를 거부하는 병사들의 감정선을 잘 살린 연출이 돋보인다. ‘의형제’(540만 명) ‘영화는 영화다’(130만 명)로 흥행성과 작품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던 장 감독의 역량이 이번 작품에서도 빛난다. ‘공동경비구역 JSA’를 썼던 박상연 작가의 시나리오도 탄탄해 드라마에 힘이 있다. 무조건 부수고 죽이는 파괴적 장면으로 호소하는 뻔한 영화는 아니다.

배경은 6·25전쟁 중 교착상태에 빠진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 1953년 2월 이 고지에서 전사한 국군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 내통한 자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방첩대 강은표(신하균 분) 중위에게 조사를 맡긴다. 강 중위가 애록고지에 도착해 보니 악어중대 병사들은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가 하면 갓 20세가 된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배우들의 연기도 볼거리다. ‘착한 청년’ 이미지를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고수는 거친 캐릭터의 김수혁 대위 역을 소화하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전쟁의 와중에도 인간적 면모와 생존의 욕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하균의 연기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한 획을 그을 만큼 뛰어나다.

탄탄한 드라마와 배우들의 호연에도 ‘고지전’은 전쟁영화란 무거운 분위기가 마음에 걸린다. 묵직한 감동을 찾는 관객에게는 큰 매력이 있지만 가볍게 즐기는 ‘여름용 영화’를 찾는 관객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미지수다.

○ 퀵: 현란한 액션엔 ‘엄지손가락’, 드라마는 약해

퀵 실감나는 자동차 충돌 장면 등 국내 특수효과의 진일보를 이룬 ‘퀵’. CJ E&M 제공
실감나는 자동차 충돌 장면 등 국내 특수효과의 진일보를 이룬 ‘퀵’. CJ E&M 제공
고막을 찢을 듯한 오토바이 굉음, 사정없이 뒤집어지고 부딪치는 자동차들, 그리고 실감나는 대형 폭파 장면까지. ‘퀵’은 ‘여름용 영화’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은 호흡이 가빠지고 체내 아드레날린(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높아지는 걸 느낄 수 있다.

이 영화는 한국판 ‘택시’ 혹은 ‘스피드’로 부를 만하다. 영화는 폭주족 출신 퀵서비스맨이 우연히 폭탄을 배달하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았다. 최고 시선 흡인 포인트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볼 수 없었던 박진감 넘치는 차 충돌 장면. 초반에 차량 여러 대가 사정없이 연쇄 추돌하는 장면에서는 입이 벌어진다. 이 장면을 위해 미국에서 도입한 리모컨 조종 무인 자동차가 동원됐다. 후반부 고속도로에 떨어진 LP가스통이 대형 버스를 박살내는 장면도 압권이다. 할리우드 못지않은, 국내 특수 촬영 기술의 진일보라 할 만하다.

액션이 조범구 감독의 몫이었다면 재미의 또 다른 축인 코믹은 제작자 윤제균 감독의 역할이었다. ‘색즉시공’ ‘두사부일체’에서 봤던 윤제균의 ‘쌈마이’(일본어에서 유래한 삼류라는 뜻의 영화계 속어) 코믹이 이 영화에도 녹아 있다. ‘해운대’의 코믹 조연 3총사 이민기, 강예원, 김인권이 다시 호흡을 맞추며 경상도 사투리, 욕설, 슬랩스틱 코미디 장면을 쏟아낸다. 조 감독도 “코미디는 윤 감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10∼40대 남성 관객이라면 이 스피드 액션영화에 충분히 열광할 만하다. 그러나 다양한 볼거리에 비해 드라마는 빈약하다. 500만 명 이상 대박을 터뜨리기 위해서는 드라마를 좋아하는 여성, 50대 이상 관객을 움직여야 하지만 약한 내러티브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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