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아이돌’로 불리는 스타들의 활약은 최근 뜨고 있는 아이돌 그룹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짧지 않은 활동 경험으로 더욱 화려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은 그룹 g.o.d 출신 윤계상이 영화 ‘풍산개’에서 연기하는 모습.
■ 가는 세월 그 누누가 잡을 수 있……다! 그 이름은 ‘1세대’ 아이돌
한때 최고의 걸그릅 멤버였다, 팀이 해체되고 솔로로 나섰지만 반응을 얻지 못한다. 급기야 ‘비호감’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이제는 하나 뿐인 스케줄에 ‘목을 맨다’. 연예계는 여전히 ‘생존경쟁의 정글’이다. MBC 드라마 ‘최고의 사랑’ 속 구애정(공효진) 이야기다. 극중 걸그룹의 리더로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구애정은 10년의 세월 속에서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른바 ‘원조 아이돌’이 탄생한 1990년대 말 이후 10여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여러 ‘구애정’이 팬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다. 이들이 존재감을 되찾기는 난망한 일, 하지만 돌아보면 더 많은 ‘원조 아이돌’이 새롭게 일어서 팬들을 만나고 있다.
못 말리는 끼 이효리-윤계상 등 예능-연기로 ‘제2의 전성기’
● 아이돌은 진화한다
‘원조 아이돌’은 1990년대 말, 댄스음악의 열풍을 타고 날아왔다. H.O.T, 젝스키스, S.E.S, 핑클을 선두로 많은 아이돌 그룹이 탄생했다. 이후 10여년 동안 이들은 모두 해체됐다. 하지만 멤버들은 여전히 살아 이전과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H.O.T 출신 문희준과 토니 안, 젝스키스의 은지원, S.E.S.의 바다와 유진, 핑클의 옥주현과 이효리, 성유리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슈가 출신 황정음과 g.o.d의 윤계상, 김태우, 신화의 김동완과 에릭, 베이비복스의 윤은혜와 이희진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그룹 활동→솔로 혹은 연기자(→음반 활동 병행)’의 ‘전형적’인 경로만을 따르지 않았다. 바다, 옥주현, 김태우처럼 솔로 가수로 확실하게 이미지를 쌓는가 하면 연기자로 새롭게 영역을 넓히면서 더 다양한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노래와 랩, 댄스 등 그룹 활동에서 각기 재능을 분담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룹 데뷔를 위해 혹독한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발굴한 ‘끼’로 자신에게 맞는 분야를 찾아 나섰다. 그 대표적인 무대가 예능 프로그램. 유쾌한 입심과 재능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못 다한 이야기 경쟁 불화 해체…드라마·영화 소재로 재탄생
● 아이돌, 또 다른 스토리의 소재
아이돌은 또 드라마나 영화의 주된 소재가 되고 있다. MBC ‘최고의 사랑’과 함께 최근 개봉한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촬영을 앞둔 영화 ‘원더풀 라디오’가 그 무대다. ‘최고의 사랑’에서는 공효진과 이희진 등이 극중 전 아이돌 그룹의 멤버.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속 아이돌 그룹의 스타는 함은정이며, 배우 이민정은 ‘원더풀 라디오’ 속 1세대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기도 하다. 각기 로맨틱 코미디와 공포영화, 드라마 등 장르는 다르지만 아이돌은 중심이 되는 소재다. 작품속에서 아이돌의 이면은 신랄하게 드러난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트레이닝을 받는 과정의 숱한 에피소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멤버를 향한 치열한 경쟁과 시기, 질투의 시선. ‘한 물 간’ 사이 존재감 회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 ‘있는 그대로’ 아이돌의 ‘신비감’을 벗겨낸다.
못 말리는 입담 신비주의 벗고 솔직 토크…비호감서 호감으로
● 아이돌, 그 속내를 드러내다
“아이돌은 대중문화 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하나의 문화적 현상”임은 이미 확인됐다.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제작진은 이어 “아이돌이 10대들의 사랑을 받는 스타이면서 10대들이 이루고자 하는 꿈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한때 그 10대들의 우상이었던 ‘원조 아이돌’은 현실에선 또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솔직함을 무기로 어필하고 있다. 나아가 과거 그룹 멤버로서 경험한 갖은 에피소드를 ‘폭로’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함을 준다. 더 이상 ‘신비감’은 필요치 않은 셈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서태지의 영향으로 그룹 활동 시절 신비주의로 무장했던 이들이 자신들의 시대를 함께 한 당시 10대가 20대 후반에서 30대가 된 지금, 더없이 솔직한 면모를 드러내곤 한다”고 말했다. 팬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신비감’을 벗어나 이제 현실 속으로 돌아온, 같은 또래 스타들의 친근한 감수성을 사랑하고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