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엄마를 부탁해’ 장남 이계창 “난 대한민국 장남…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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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5일 07시 00분


관객들 눈물바다…암전 뒤 무대서 펑펑
온순해진 배역에 연출가와 다투기도

어머니를 잃은 뒤 슬픔엔 잠긴 장남을 연기하고 있는 이계창.
어머니를 잃은 뒤 슬픔엔 잠긴 장남을 연기하고 있는 이계창.
‘남한산성’, ‘맨 오브 라만차’, ‘헤어스프레이’, ‘렌트’, ‘틱틱붐’ 등의 작품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배우 이계창(41)은 신경숙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뮤지컬 작품으로 만든 ‘엄마를 부탁해’에서 까칠한 여동생들과 아내를 잃고 자책에 빠진 아버지, 현실적인 아내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장남 역을 열연 중이다.

실제로도 집안의 장남인 이계창은 공연 전 연출가와 많이 부딪쳤다고 했다. “연출가는 아들이 어머니한테 굉장히 미안해하고, 공손하고, 예의바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난 아니거든요. 소설에도 나와 있듯 시골에서 올라온 어머니를 서울역에 마중 나가야 하는데, 전날 술을 잔뜩 먹고는 사우나에 가버렸어요. 솔직히 그게 아들이잖아요. 그래놓고 나중에야 죽도록 후회하는 아들. 그걸 대비시켜 줘야 관객이 공감한다고 봤어요.”

“이번 뮤지컬이 연극과 달라진 점이 있나”라는 질문에 “꽤 많은데…”하더니 ‘아버지’의 캐릭터 변화를 꼽았다.

연극에서는 아버지가 상당한 악역으로 비춰진다. 늘 바람을 피우고 조강지처를 핍박하다 아내가 행방불명이 되고 나서야 후회한다.

“신경숙 작가와 연출가가 많은 대화를 나누었어요. 그런데 작가님이 연극에서 아버지가 너무 나쁜 사람으로 나와서 마음이 아팠다고 하셨대요. 아버지도 아버지의 입장이 있다는 거죠. 뮤지컬에서는 아버지의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엄마를 부탁해’는 배우도 관객도 펑펑 눈물을 흘리는 작품이다. 그런데 장남은 울지 않는다.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끝끝내 이계창은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

“딱 한번 웁니다. 술 먹고 들어와 아내와 다툴 때 아버지가 나타나 ‘나 시골로 내려간다’하고 퇴장할 때. 그 동안 울컥했던 것을 한꺼번에 쏟아냅니다.”

그러나 관객은 그가 우는 모습을 볼 수 없다. 암전이 된 뒤, 어두운 무대 바닥에서 혼자 울기 때문이다.

“장남이니까요. 대한민국의 남자가 이렇게 생겨먹은 거죠.”

사진제공|신시컴퍼니
양형모 기자 (트위터 @ranbi361)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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