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각본상’ 이창동 “내심 여우주연상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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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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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칸영화제 시상식 직후  한국기자들과 인터뷰를 갖는 윤정희 이창동.
24일 칸영화제 시상식 직후 한국기자들과 인터뷰를 갖는 윤정희 이창동.
“마치 노벨상을 기다리듯 황금종려상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많아 나도 모르게 부담이 됐다.

상에 목매는 것이 영화인으로 자존심 상하는 일일 수 있다. 마음을 비우고 우리만의 방법으로 관객과 소통하다보면 상은 저절로 올 듯하다.”

제63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은 담담한 표정이었다.

축하한다는 인사를 건네자 “고맙다”고 답하며 “이곳에서 만나는 기자들마다 윤정희 선생님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일이 많아 내심 여우주연상을 기대했는데, 내 이름이 호명돼 윤정희 선생님에게 미안했다”고 털어놨다.

이창동 감독은 24일 오전 2시15분(이하 한국시각) 제63회 칸 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팔레 데 페스티벌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식 및 경쟁부문 시상식에서 ‘시’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수상자들의 공식 기자회견 후 이창동 감독과 윤정희를 만났다.

22일 레드카펫에서 한복을 입어 눈길을 모았던 윤정희는 이날도 한복차림으로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여우주연상 후보였던 윤정희는 “이미 언론과 관객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내겐 상보다 그런 평가들이 더 소중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들과 나눈 일문일답.

-각본상 수상자로 호명될 때 기분이 어땠나.


(이창동)“좋았다.”

-황금종려상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서운하지는 않았나.


(윤정희)“여러분들도 르몽드, 피가로 등에 난 평가들을 봤을 것이다. 나는 그 평을 믿는다.

이 감독이나 나나 영화제 심사를 많이 했다. 팀 버튼(심사위원장)이 심사위원장이라는 사실에 솔직히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와 우리 영화는 성격이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감독이 소설가로서, 시나리오 작가로서 상을 받는 게 너무 좋다. 우리 둘의 성격상 실망은 하지 않는다.”

(이창동)“팀 버튼이 우리 영화를 생각해줘서(아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외신에서 ‘시’를 황금종려상감으로 꼽았는데.

(이창동)“나는 기대 안했다. 작품을 두고 객관성을 갖기가 힘들 것이다. 내가 부담스러웠던 것은 남들의 (황금종려상에 대한)기대였다. 그게 날이 갈수록 걱정스러웠다.”

-어떤 상을 기대했나.


(이창동)“솔직히 여우주연상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칸에서 만나는 기자마다 여주인공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상을 안주면 이상한 일’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내 이름이 불려질 때, 윤정희 선생님 보기에 미안했다.”

(윤정희)“나는 수상보다 르몽드, 피가로의 평가를 더 귀하게 생각한다. 거리에 만나는 사람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수상은 별 중요하지 않다.

기자들의 평가, 일반 관객들의 평가가 더 소중하다. 다만 아쉬운 건 ‘시’와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영화들을 좀 아껴주셨으면 좋겠다.”

-이번 상이 다음 작품에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이창동) “솔직히 잘 모르겠다. 다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용기가 됐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한다면.


(이창동)“시나리오의 미덕을 평가받은 것 같아서 기쁘고 행복하다. 여우주연상을 받지 못한 윤정희 선생님에게 죄송하지만,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 영화 관계자들이 윤 선생님의 연기에 감동하고,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해준 것이 그 자체가 상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격려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윤정희)“영화제는 올림픽에서 기록이나 승패를 겨루는 게 아니다. 나 자신부터 거기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걸 비우면 내게 큰 에너지가 될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고 기대해주셔서 고맙다. 그 고마움을 가지고 칸을 떠나겠다.”

칸(프랑스) | 스포츠동아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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