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사람] 최진영 때도, 거북이 터틀맨 때도… 가장 먼저 달려간 이는 ‘싸움꾼’ 김창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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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4월 3일 07시 00분


□ 의리남 김창렬

3월 29일 최진영의 급작스런 죽음 소식이 전해지자 연예계는 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애도의 마음을 쏟아냈다. 요즘 급유행하고 있는 트위터에서도 고인에 대한 추모의 글이 넘쳐났다. 그 중 누리꾼의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글 하나가 눈에 띄었다.

“썰렁한 장례식장. 쓸쓸히 혼자 웃고 있는 진영이형. 외로운 거 싫어했던 형인데 외롭게 가네요. (이)영자 누나가 한 말(발인 때 관 들어줄 사람이 없을 것 같다). 난 못 가는데. 아, 일하기 싫다. (연예인들 중) 좀 안 친하더라도 외로운 사람 좀 챙겨줘요. 제발”

이 글을 올린 사람은 DJ DOC의 김창렬(37·사진). 그는 29일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고인의 히트곡 ‘영원’을 내보내며 애도한 뒤 다음날 새벽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창렬이 연예인의 죽음 앞에서 뜨거운 동료애를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8년 그룹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을 때 장례식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 사람도 김창렬이었다. 당시 그는 “특별히 친분이 깊지는 않았지만 동료로서 너무나 안타까워 달려왔다”고 말했다. 많은 연예인들이 김창렬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빈소를 찾았고, 덕분에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은 덜 외로울 수 있었다.

‘싸움꾼’, ‘악동’의 이미지가 강했던 김창렬은 사실 개인주의가 팽배한 요즘 보기 드문 의리의 남자이다. 그는 방송에서 “공식적으로 싸운 것만 100회가 넘고, 물어준 최고 합의금액은 7500만원이었다”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7500만원’ 합의금도 알고보면 DJ DOC의 동료 이하늘의 여자친구가 당한 일을 대신 항의하다가 벌어진 것이었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문제아들을 교단에 세워놓고 야단 치면서 “그래도 크게 될 놈은 너희들 중에 나올 거다”라는 말했던 기억이 난다. 어제의 ‘악동’은 오늘날 훈훈한 ‘의리남’이 되었다. 김창렬 같은 이들이 있어 연예계의 온도가 쑥쑥 올라간다. 선생님이 옳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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