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뿔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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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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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녀’ 리메이크 작업중감독 대본수정에 반발해 하차

김수현 작가(66)가 영화 ‘하녀’ 리메이크 작업에서 갑자기 물러났다. 김 작가는 지난달 31일 ‘우리 시대의 신화 김수현(www.kshdrama.com)’ 사이트에 올린 ‘뒤통수 모질게 맞았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약 일주일 전에 ‘하녀’ 시나리오를 완전 회수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제작자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2개월에 걸쳐 대본작업을 끝냈고 ‘안 된다’는 제작자를 설득해 임상수 감독을 추천했다”면서 “그러나 추석 직전 임 감독의 대본을 받아보고 황당하기 그지없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영화적인 면을 고려한 수정 보완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임상수 대본’이었다. 수많은 작업을 해왔지만 이런 경우는 없었다”면서 “‘하녀’ 작업에서 완전히 빠졌고 내가 쓴 대본의 판권도 내가 갖는 것으로 깨끗하게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내 대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임 감독이) ‘나는 이 대본으로 영화 찍을 수 없으니 못하겠다’라고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임 감독은 통화에서 “민감한 문제이며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사이트에서 “제작자와 통화해서 내가 ‘빠진다’고 한 뒤 임 감독이 e메일을 보내왔으나 ‘사과 필요 없고 야단칠 의욕 없고 용서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했다”고 썼다. 그는 “임 감독은 자기 시나리오부터 다시 써야 할 것이다. 등장인물의 이름, 인물배치 구도부터 김수현 대본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할 테니까”라고 요구했다.

영화평론가 오동진 씨는 “제작사에 시나리오 판권이 넘어오면 감독이 대본을 수정하거나 다시 쓰는 일은 영화계에서 흔한 일”이라며 “다른 장르의 작가 사이에 불거진 미학적 갈등을 프로듀서가 조율하지 못한 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하녀’의 제작사인 미로비젼 마케팅 담당 박선주 과장은 “시나리오 작업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면서 “김 작가와도 연락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김기영 감독이 1960년에 만든 ‘하녀’는 하녀와 불륜 관계를 맺은 남자의 파멸을 그린 작품으로 탁월한 심리묘사로 극찬을 받았다. 리메이크 영화에서는 전도연 씨가 주연을 맡을 예정이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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