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 “첫 10년간 늘 방송금지…지금도 울렁울렁”

  • 입력 2009년 3월 31일 07시 19분


“지루하지 않는 음악을 만들어내는 참 창의적인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로트의 지존 심수봉과 인디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장르만 생각하면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역시 한 장르에서 깊은 내공을 쌓은 사람들끼리는 통하는게 있었다.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조선웨스턴호텔에서 열린 ‘심수봉 30주년 기념 콘서트-뷰티풀 데이’ 제작발표회에서 심수봉은 “최근 후배 장기하에 관심이 간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심수봉은 30주년 기념 콘서트에 함께 서고 싶은 후배가 있냐는 질문에 망설임없이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꼽았다. 그녀는 “얼마 전 함께 TV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창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심수봉과 장기하와 얼굴들은 KBS 1TV ‘7080콘서트’에 동반 출연해 ‘백만송이 장미’를 함께 부른 바 있다. 심수봉은 “재능 있는 후배에게 관심이 가는데 장기하는 지루하지 않은 음악을 한다”며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칭찬했다.

그녀는 이어 “지명도 있는 가수들을 내 무대에 초대하는 결례는 범하고 싶지 않다”며 “하지만 좋은 후배가 있다면 작업을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심수봉은 이 자리에서 30주년을 되돌아보며 우여곡절 많았던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심수봉은 “데뷔 후 10년은 지금도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두려움을 떨쳐낼 수 없었던 시기”라며 “내 노래는 방송 금지 딱지가 붙었고 어디서나 늘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그녀를 괴롭힌 건 비단 일뿐만은 아니었다. 화목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꿈이었던 심수봉에게 아픔이 또 찾아왔다. 심수봉은 83년 사업가와 결혼식을 올렸지만 92년 결국 이혼했다.

나머지 10년 동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는 심수봉은 “나에게 음악은 힘든 삶에서 호흡하기 위한 탈출구였다”며 “앞으로 나의 노래는 영혼에서 나오는 음악이 될 것이다. 이제는 비상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심수봉은 6월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을 시작으로 부산, 청주, 대구, 마산, 울산, 안산을 비롯해 미국 샌디에이고, 시애틀 등 모두 15개 지역에서 전국 투어 공연 ‘뷰티풀 데이’를 펼친다. 또한 3개의 CD로 구성된 30주년 기념음반 ‘뷰티풀 러브’도 발매할 예정이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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