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the Air]‘SBS 개그맨 선발대회’ 리허설 현장

  • 입력 2008년 11월 11일 02시 58분


7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2008 SBS 개그맨 선발대회’에 ‘개 팔아요’ 코너로 출전한 지원자들이 대기실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7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공개홀에서 열린 ‘2008 SBS 개그맨 선발대회’에 ‘개 팔아요’ 코너로 출전한 지원자들이 대기실에서 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조종엽 기자
“겨드랑이 제모 안했다고?

시간없어! 라이터로 태워”

“죄송합니다. ‘장난치냐’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7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SBS 개그맨 선발대회’ 리허설 현장. 무대를 지켜보던 박재연 PD의 표정이 굳었다. ‘연애박사 뻐꾹’ 코너의 김주호(21) 씨가 실수로 휴대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 무대에 올랐다가 벨이 울리는 바람에 대사 한 단락을 건너뛴 것.

“이제 곧 본녹화인데 기본적인 실수를 하면 어떡해! 그리고 무대를 좁게 쓰란 말이야. 여기는 대학로 소극장이 아냐. 카메라를 생각해야지. 거기 서 있으면 뒤에 뻐꾸기를 가리잖아!”

이 소리에 무대를 지켜보던 출연자들의 얼굴에 한층 더 긴장의 빛이 서린다. 이번 최종 선발대회엔 15개 팀 51명이 참가했다. 5월 600여 명이 몰린 예심에서 선발돼 7월부터 매일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서울 대학로 무대에서 연습해 왔다. 하지만 방송 무대는 낯설다. 카메라 각도와 등장 퇴장 속도도 신경 써야 한다.

“프로는 우물쭈물하면 안 돼. 본녹화 때도 죄송하다고 할 거야? 그럼 0점이야. 4개월 동안 준비한 것 다 끝이란 말이야. 춤추는 것도 하는 둥 마는 둥 하지 말고. 개그가 아니라 연극 같아. 잘 짜여진 대본 1000번 연습해서 보여주는 학예회 같다고.”

이윤경 작가가 대기실 복도에서 다른 출연자들에게 무대 위의 유의사항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를 만들어 왔지만 출연자들의 얼굴은 이미 굳어 있다. 이들은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까봐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안 돼. 그래도 똑같아.”(박 PD)

‘에스 붕 택시’ 팀이 박 PD에게 대본 맨 뒤에 있던 웃음 포인트를 앞으로 옮기겠다고 제안했다가 일언지하에 퇴짜를 맞았다.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심초사하는 출연자의 마음을 모르지 않지만 카메라 워킹까지 다 맞춰 놓은 상태에서 대본을 바꿀 수는 없다.

“악, 겨드랑이 제모 안 했다. 면도기 사와야 하나?”(심보듬·22)

대기실 한쪽에서 연습 중이던 ‘개 팔아요’ 팀이 시끄러워진다. 심 씨는 대학로 무대에서 긴팔 옷을 입고 ‘아줌마 개’를 연기했지만 새로 받은 의상의 소매가 짧은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얼른 같은 팀원 박보경(25) 씨의 눈썹 다듬는 칼을 빌려 화장실로 직행했다.

“방송할 사람이 제모도 안 하고 나왔니? 라이터로 태워∼(웃음). 비호감으로 코너 편집될 뻔했네.”(김종훈·26)

연습 간간이 농담으로 애써 긴장을 풀어보려던 김종훈 씨는 낙방했다. 또 초등학교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던 최기영(25) 씨도 5월 예심에 합격하자 유치원 교사를 그만두고 도전했으나 낙방했다. 최 씨는 “구성이 치밀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대학로 무대에서 더 갈고 닦아 합격할 때까지 계속 시험을 치겠다”고 말했다.

이날 본심사를 거쳐 SBS 10기 공채 개그맨으로 4팀 12명이 선발됐다. 선발대회는 14일 밤 12시에 방영된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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