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방송, ‘공영’과 무관한 이기적 형태”

  • 입력 2008년 7월 2일 02시 57분


“시청률 - 이윤추구 집착 선정주의 일관”

최창섭 명예교수 “이념대립 등 갈등 첨예화시켜”

“한국의 방송은 가치관의 전도와 이데올로기적 대립, 계층 간의 갈등과 세대 간의 격차 등 전환기적 갈등을 첨예화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최창섭(사진) 서강대 명예교수가 1일 서강대에서 열린 한국방송비평회 창립 20주년 기념토론회 기조연설을 통해 오늘날 한국 방송 전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최 교수는 “방송은 (사용에 따라) 강력한 분열과 파괴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며 “한국 방송은 공영방송 원리와는 무관한 이기주의적 방송 형태로 시청률 중심과 이윤 추구에 지나치게 집착한 프로그램에서 오는 인간 가치의 말살로 말미암아 피상적 선정주의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방송철학 정립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모두가 입을 모아 대한민국의 ‘기간방송’이라고 명명하는 KBS는 지난 몇 년간 비판의 일관성도 지키지 못하는 등 비공영적 발자취를 보여 왔다”며 “지금까지 거대한 관료제하에 운영되어 온 KBS와 MBC의 공영제도, 조직 및 법에는 인간화와 인간 성장을 통한 인간성의 회복이란 측면에서 비추어볼 때 자율보다는 타율, 의견 수렴보다는 독단, 분권보다는 중앙집권, 다양성보다는 획일성, 수평적 관계보다는 가부장적인 수직관계, 경쟁보다는 독점 형태 등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해 왔다”고 말했다.

방송의 비전문성 문제도 지적했다. 최 교수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 방송사 이사진 구성 등 방송 관련 요소에 비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방송에 대한 전문성 없는 코드 인사의 한계는 조직의 퇴보로 귀결되기 마련”이라며 “시청자가 불편을 토로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 자체로 경영진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며 변명과 구차한 토를 달 필요가 없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광우병 관련 보도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의 방송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담은 한 목소리만 냄으로써 다수의 시청자를 소외시키고 있다”라는 의견을 밝히고 “국민을 일방적으로 가르치려는 교만함이 아니라 복합성을 띤 현실세계를 분석하는 데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함으로써 방송의 공영정신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의 공영성 및 신뢰성 실추로 수용자의 민심이 이반된 것을 정확히 이해한 후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필요한 시기”라며 “지금까지의 방송정책 기조를 전면 쇄신하는 차원에서 기존 정책, 인사, 방송사 운영 시스템, 대(對)수용자 홍보방안, 대국민 관계 등을 전면적으로 바꾸겠다는 ‘범방송가의 대국민 선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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