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후 파이팅… 할리우드 영화 중국무술 붐

  • 입력 2008년 6월 3일 02시 55분


“호기심 차원 넘어 오락성 오리엔탈리즘으로 정착”

6일 개봉하는 ‘쿵푸 팬더’는 제작 당시부터 화제였다. 여름 영화 시장에서 위력을 발휘하는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 신작인 데다 앤젤리나 졸리, 더스틴 호프먼, 잭 블랙 등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목소리 배역으로 캐스팅됐기 때문.

이 미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화젯거리는 메이드 인 차이나의 ‘쿵후’를 다루고 있다는 점. 가업인 국수 가게를 뿌리치고 쿵후 마스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평범한 판다 ‘푸’의 이야기다.

‘쿵푸 팬더’뿐 아니다. 최근 미국 오락 영화에서 쿵후를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쿵후 마스터가 되기를 꿈꾸는 한 서양 소년의 모험기를 다룬 ‘포비든 킹덤’에서는 청룽(成龍)과 리롄제(李連杰)라는 걸출한 쿵후 스타를 출연시켜 쿵후만으로 1시간 40여 분의 러닝타임을 꽉 채웠다.

쿵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어도 최근 개봉한 할리우드 오락 영화 곳곳에는 쿵후의 흔적이 짙게 묻어난다.

개봉 한 달 만에 4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SF 액션 히어로물 ‘아이언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 박사는 첨단 기술로 무장했으면서도 수준급의 쿵후를 구사한다. 실제로 토니 스타크 역을 맡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토니 스타크 역을 위해 몇 달 동안 쿵후 단련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미래의 자동차 레이싱을 다룬 ‘스피드 레이서’에도 쿵후가 등장한다. 이 영화의 백미는 레이싱 중 자동차들끼리 뛰어넘고 밀치는 장면. 제작사는 이 장면을 ‘카’와 ‘쿵후’를 결합시켜 ‘카푸’라고 이름 지었다.

1970, 80년대 리샤오룽(李小龍)으로 대표되는 쿵후 영화들이 비교적 진지하게 쿵후와 동양의 정신세계에 접근했다면 최근의 이들 영화는 전형적인 미국식 ‘팝콘 무비’다. 격투 무술을 다루지만 잔혹한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고 아이들과 얼마든지 웃으면서 감상할 수 있는 수준이다. 가족용 애니메이션까지 나올 정도로 이제 쿵후는 할리우드 오락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된 것이다. 이를 놓고 영화평론가 정지욱 씨는 “쿵후가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 오락성 오리엔탈리즘으로 자리 잡은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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