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 “한밤의 친구에게 음악선물 보냅니다”

  • 입력 2008년 4월 8일 02시 53분


■ KBS FM ‘라디오 천국’ DJ로 돌아오는 유희열

“모두가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하지만 살면서 때론 잔잔한 기쁨을 만날 수 있어서 삶은 아름다운 거라고, 내 방송을 듣는 이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누군가도 나처럼 그랬으면 좋겠다. 그때 당신의 라디오 방송이 참 고마웠다고.”

뮤지션 유희열(37)이 1999년 펴낸 삽화집에 ‘라디오 천국’이라는 제목으로 쓴 글의 일부다. 그가 DJ를 맡아 21일 시작하는 KBS 2 FM의 새 프로그램 제목도 ‘라디오 천국’(밤 12시)이다.

MBC FM에서 1997∼2001년 ‘음악도시’와 2002∼2004년 ‘올 댓 뮤직’을 진행한 이후 4년 만의 복귀. 서울대 작곡과 출신으로 프로젝트팀 ‘토이(Toy)’를 이끌었던 유 씨는 독특한 선곡과 잔잔하고 아기자기한 진행으로 DJ로서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방송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그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라디오는 제게 음악을 듣게 해 줬고, 음악을 하고 싶게 만들어 줬어요. 그리고 제가 만든 노래를 세상에 선물할 수 있게 했고, 저라는 사람의 향기를 알릴 수 있게 했습니다. 많은 사람과 ‘음악 듣는 재미’를 공유하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그가 진행했던 ‘올 댓 뮤직’은 브라질 대중음악, 일본의 퓨전 일렉트로닉 음악인 ‘시부야케이(澁谷係)’ 등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음악을 소개했다. 유 씨는 “이번 방송에서는 특정 장르에 치우치지 않겠다”며 “감각적인 음악보다 마음 깊이 스며드는 음악을 많이 들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제가 골라서 소개한 노래가 라디오를 듣는 사람에게 사진 같은 역할을 하길 바라요. 긴 시간이 지난 뒤 라디오에서 그 노래를 듣던 그때를 기억하게 해 준다면, 라디오 방송의 의의는 다 이룬 게 아닐까요.”

밤 12시∼오전 2시 FM 라디오를 많이 듣는 이들은 10대와 20대다. 20대 중반에 처음 라디오 DJ를 맡았던 유 씨는 이제 두 살배기 딸을 둔 30대 후반의 가장. 그는 “지금의 10대와 소통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냥 나이만큼의 기억을 전한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을 이해한다는 전제로 저도 모르게 충고를 하는 태도 같은 것을 경계해야죠. 후줄근한 아저씨의 실없는 농담을 몇몇 조숙하고 독특한 친구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요. 아닌가….”(웃음)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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