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드라마’ 열광하는 시청자는 ‘늑대’ 아닌 ‘여우’

  • 입력 2008년 2월 11일 18시 15분


tvN ‘치명적인 그녀’. 사진 제공 CJ미디어
tvN ‘치명적인 그녀’. 사진 제공 CJ미디어
노출을 즐기는 '바바리 걸', 술만 먹으면 프리섹스 행각을 벌이는 여교사, 성적인 기교를 동원해 각종 질환을 치료하는 조선시대 기녀들 이야기….

최근 케이블 TV 심야 시간대를 평정한 '섹시 드라마'의 소재다. 이런 이야기에 열광하는 주 시청자는 누굴까. 홀로 지새우는 밤을 외로워하는 노총각 '늑대'들일까. 시청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여우' 시청자의 호응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방영을 시작한 tvN 드라마 '치명적 그녀'의 30대 여성 평균 시청점유율은 10.9%로 30대 남성(10.8%)보다 높았다. 40대에서는 여성(8.5%)과 남성(5.5%)의 격차는 더 뚜렷했다.

지난달 종영한 OCN '메디컬 기방 영화관'의 30대 여성 시청자의 평균 시청점유율 역시 24.8%로 30대 남성 시청자 점유율(22.5%)보다 높았다.

온미디어 관계자는 "극적인 재미가 없는 대본과 조악한 영상으로는 아무리 야한 장면을 내보내도 눈높이가 높아진 요즘 시청자의 관심을 끌 수 없다"며 "지상파 방송에서 접할 수 없는 솔직하고 현실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를 찾는 여성 시청자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섹스 앤 더 시티' '위기의 주부들' 등 성을 소재로 하지만 과다한 노출과 성행위 장면 묘사에 치중하기 보다는 밀도 있는 스토리와 인물을 앞세워 여성 시청자들 사이에 인기를 끈 미드(미국 드라마)의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메디컬…'의 연출을 맡은 김홍선 PD는 "벗은 몸과 성행위만 나열하듯 보여주는 에로비디오와는 제작 접근 태도에 차이가 있다"며 "제작비 지원 등이 넉넉한 여건은 아니지만 시청자에 부끄럽지 않도록 완성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김 PD는 MBC '불꽃놀이'와 '90일, 사랑할 시간' 등을 연출한 지상파 드라마 출신.

노골적인 장면을 줄이고 성에 관한 이야기 등을 통한 재미를 추구할수록 여성 시청자의 호응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방영한 수퍼액션의 'S클리닉'은 성에 대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섹시 코미디를 표방했다. 이 드라마의 30대 여성 시청자 평균 시청점유율은 23.0%로 30대 남성(15.5%)을 크게 상회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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