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발붙인 억척 아줌마로 돌아왔죠”

  • 입력 2008년 1월 29일 02시 59분


■ 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 형사 배종옥

‘내 남자의 여자’가 친구였다는 사실을 알고도 속으로 삭였던 그였다. 지난해 SBS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에서 지수를 연기하며 화영(김희애)만큼 돋보였던 배우 배종옥(44).

그가 이제 깜짝 세일하는 생태 한 마리에 목숨 걸고 생계를 위해 억척스레 범인의 발목을 붙들고 늘어지는 아줌마 형사 박정금으로 분한다. 다음 달 2일 첫 방영되는 MBC 주말연속극 ‘천하일색 박정금’(오후 7시 55분·극본 하청옥·연출 이형선)에서다.

28일 오후 서울 신촌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그는 가죽잠바에 수더분한 차림이었다. “연기생활 21년 만에 액션 연기는 처음”이라는 그녀는 자신의 배역 이름을 걸고 하는 드라마도 처음이라고. 그만큼 부담이 클 것 같다. 하지만 그는 조목조목 반박하기 시작했다.

“새로워서 굉장히 재밌어요. 제가 겪지 못했고 연기하지 못했던 걸 표현해보고 싶어요. 촬영을 끝내고 제 어머니 역을 맡은 나문희 선생님이 ‘박정금의 대사가 씹으면 씹을수록 깊이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랬어요. ‘맞아요, 선생님. 저 정말 잘 선택했죠?’”

천하일색 박정금은 생활 냄새 풀풀 풍기는 가족드라마. 남편한테 버림받고 큰애까지 잃어버린 이혼녀 박 형사는 잠복근무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카드고지서를 펼쳐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대는 억척 주부다. 뻔뻔함이 그악스럽지만 그도 알고 보면 한 남자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일 뿐이다. 그는 “너무나 현실에 발붙이고 있어 현실을 못 벗어나는 우리네 아줌마이자 여자를 뻔하지 않게 그리겠다”고 말했다.

원래 캐릭터에 푹 빠져 배역이 나인지, 내가 그 배역인지 모르는 순간을 즐긴다는 이번 강력반 형사 역할도 그랬다. “촬영 전 액션 스쿨에서 체력을 키웠고 대역은 웬만큼 쓰지 않으려는데 막상 유리창을 맨주먹으로 격파하려니 힘에 좀 부치네요.(웃음)”

첫 회부터 그녀의 수난시대가 펼쳐진다. 돌려차기로 범인을 쓰러뜨린 뒤 수갑을 채우는 고난도의 액션신뿐 아니라 바니걸스 차림으로 카바레에 위장 잠입하는 파격도 감행한다. 그러더니 한마디 톡 쏘아붙인다. “40대 여배우가 이런 캐릭터 한 거 처음이지 않아요?”

공교롭게도 이번 드라마는 김수현 작가의 ‘엄마는 뿔났다’와 같은 날 방영 할 예정. ‘김수현 사단’으로서 동시간대 작품으로 경쟁하는 기분은 어떨까.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죠. 조금은 생각했지만….”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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