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웃겨라… 코믹 잔혹 ‘죽어도 해피엔딩’

  • 입력 2007년 8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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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진창 난리법석 좌충우돌 설상가상….

영화 ‘죽어도 해피엔딩’(23일 개봉)은 이렇다. 생각지도 않은 이유로 일이 꼬여 상황이 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캐릭터가 충돌한다.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해피엔딩’을 만들겠단다.

프랑스 영화 ‘형사에겐 디저트가 없다’(1999년)를 리메이크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출국을 앞둔 여배우 예지원(예지원). 크리스마스이브, 그의 집에 네 남자가 들이닥친다. 온몸에서 버터가 줄줄 흐르는 듯 느끼한 데니스(리처드 김)와 무식한 조폭 최 사장(조희봉), 잘난 척하는 유 교수(정경호), 소심한 박 감독(박노식). 네 남자가 사고로 하나씩 죽어나가면서 위기에 빠진 예지원은 매니저 두찬(임원희)과 함께 시체를 숨긴다.

이 영화는, 작년에 순제작비 9억 원의 ‘달콤 살벌한 연인’으로 230만 명을 모은 제작사 사이더스FNH가 만든 세 번째 저예산(순제작비 17억 원) HD영화로 ‘달콤…’의 전략을 따라간다. 영화 중에 아예 ‘달콤…’의 한 장면이 TV 속에서 나오고 김치냉장고도 ‘달콤…’과 같은 용도로 사용된다. 그럼 그만큼 재미있을까.

대부분의 웃음은 독특한 상황에서 나온다. 하필이면 동태나 헤어드라이어 등이 갑자기 ‘생활 속의 흉기’가 되는 상황 자체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만족할 듯.

캐릭터 영화로서의 재미를 주려 했지만 여배우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캐릭터들이 서로 “파시스트? 팥이 왜 나와?” 같은 썰렁한 대사를 주고받으며 한 번씩 나와 웃기고 들어가려는 모습은 피곤하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흥겹고 나쁘게 말하면 산만하다.

영화를 빛내는 사람은 단연 예지원이다. 엉뚱한 매력으로 각인된 이 여배우의 과장된 성우 톤의 목소리와 몸짓에는 코미디의 DNA가 박혀 있다. 귀엽다. 화장실 유머만큼은 여태껏 나온 것 중에 최강. 지금 생각해도 속이 울렁거린다. 밥 먹고 바로 가지 말 것. 18세 이상.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화보]아름다운 ‘올드미스’ 예지원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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