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 주자들‘화려한 휴가’ 줄관람…대선 버전 ‘나대로 리뷰’

  • 입력 2007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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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왼쪽)과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30일 서울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관람을 마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왼쪽)과 김현미 열린우리당 의원이 30일 서울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 관람을 마친 뒤 극장을 나서고 있다. 신원건 기자
“‘화려한 휴가’ 보기 운동을 해야 한다.”

열린우리당 대선 예비주자인 신기남 의원이 11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던 영화 ‘화려한 휴가’ 시사회를 보고 나오며 한 말이다.

신 의원의 말대로 범여권에서는 요즘 ‘화려한 휴가’ 보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모습을 세밀하게 그린 이 영화를 선거운동에 활용하려는 대선 예비주자들이 너도나도 극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주자들의 쇄도=30일에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서울 신촌의 한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다. 영화를 보며 눈물을 많이 흘린 정 전 의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1980년 광주는 꽃을 피우지 못했다. 겨우 ‘10년’(김대중 정부와 현 정부 집권 기간)인데 그 10년도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제가 그날 도청 앞에 있었는데 용기가 없었다”며 자신이 그 당시 광주에 있었음을 은연 중 강조했다. 정 전 의장은 당시 MBC 기자로 5·18민주화운동을 취재 중이었다.

캠프 관계자는 “현재 범여권의 대선 주자 중 1980년 5월에 광주에 있었던 사람은 정 전 의장 한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촬영: 신원건 기자

정 전 의장보다 하루 앞서 29일에는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서울 용산CGV에서 유기홍 한병도 등 ‘친노(親盧·친노무현)’ 의원들과 함께 같은 영화를 관람했다.

이 전 총리는 관람 뒤 “당시 발포 명령 계통과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하려면 수사권을 지휘할 수 있는 법적인 권한이 필요하다”며 “역사적 과오를 정비해 완벽하게 끝낼 수 있는 다음 정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6일 남편 박성준 성공회대 교수와 함께 광주에 내려가 이 영화를 본 한명숙 전 총리는 “이런 부당한 역사가 다시 재발하면 절대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개봉일인 25일 이 영화를 관람했다.

▽“민주-반민주 구도 만들려 해”=영화를 본 몇몇 범여권 주자들은 화살을 한나라당이 아닌 손학규 전 경기지사에게로 돌렸다.

신기남 의원은 “손 전 지사가 ‘화려한 휴가’를 보고 광주 영령 앞에 참회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25일 광주에서 팬클럽 회원들과 함께 영화를 본 천정배 의원은 “광주 정신을 훼손하는 ‘짝퉁’ 한나라당을 꺾어 민생평화개혁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5월 광주에서 열린 영화 제작발표회에는 참석했으나 아직 이 영화를 보지는 않았다.

범여권 주자들의 이 같은 영화 관람 러시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선거 구도를 민주 대 반민주로 짜고 싶어 하는 욕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범여권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만들고 상대방을 ‘나쁜 후보’로 만들어야 할 시점에 영화가 개봉돼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개봉 4일 만에 관객 100만 명을 넘어 흥행 순항 중인 이 영화에 대해 범여권에서는 “관객 중 10%만 범여권으로 마음을 돌려도 그게 어디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막상 영화가 대선 정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지낸 무소속 우상호 의원은 “영화 한 편으로 유권자 표심이 움직인 적이 없다”며 “영화 ‘괴물’이 흥행했다고 반미 감정이 늘어났던가”라고 일축했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범여권 주자들이 영화 한 편에 기대려는 모습이 보기 딱하다”며 “세상이 바뀌었는데 ‘운동권 패러다임’을 못 벗어난 채 민주화운동을 하던 때의 방식으로 이번 대선을 접근하는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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