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거스른 인사… 첫 출근길도 ‘역주행’

  • 입력 2006년 11월 28일 03시 02분


주차장 몸싸움 27일 오전 주차장 출구를 통해 본관에 들어선 정연주 KBS 사장(오른쪽)이 사무실로 향하다가 노조원들의 제지로 몸싸움이 벌어졌다. 노조원들은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한 정 사장을 비난했다. 전영한 기자
주차장 몸싸움 27일 오전 주차장 출구를 통해 본관에 들어선 정연주 KBS 사장(오른쪽)이 사무실로 향하다가 노조원들의 제지로 몸싸움이 벌어졌다. 노조원들은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한 정 사장을 비난했다. 전영한 기자
정문 출근 저지 27일 오전 비옷을 입은 KBS 노조원 20여 명이 KBS 본관 정문 주차장 입구를 막아선 채 정연주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뒤에 서 있는 이들은 KBS 청원 경찰들이다. 박영대 기자
정문 출근 저지 27일 오전 비옷을 입은 KBS 노조원 20여 명이 KBS 본관 정문 주차장 입구를 막아선 채 정연주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 뒤에 서 있는 이들은 KBS 청원 경찰들이다. 박영대 기자
24일 연임된 정연주 KBS 사장이 27일 KBS 노동조합의 저지를 뚫고 첫 출근을 했다.

노조원들은 이날 오전 6시 반경부터 KBS 본관 정문 앞에서 ‘낙하산 정연주는 KBS에 들어올 자격이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정 사장 출근 저지 시위를 벌였다. 30일 실시될 노조 차기 집행부선거 후보 2개 팀도 ‘정연주 당신은 KBS에 그냥 들어올 수 없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정 사장은 오전 9시경 그랜저 승용차를 타고 본관 정문 앞에 도착했으나 노조원들이 주차장 입구를 막자 기습적으로 주차장 출구를 통해 건물 안으로 들어가 사무실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정 사장의 출입을 막으려는 노조원 20여 명과 이를 저지하려는 100여 명의 청원 경찰이 몸싸움을 벌였다. 청원 경찰들이 취재 중이던 사진 기자들을 힘으로 밀어내는 과정에서 본보 전영한 기자는 목 부위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었고, 중앙일보 박종근 기자의 카메라 렌즈가 깨졌다.

진종철 노조위원장은 “KBS 출입문을 놔두고 거꾸로 주차장 출구를 통해 출근하는 사람을 공영방송의 수장으로 인정할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 정 사장 출근 저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선 손관수(국제팀 기자) 후보는 “KBS 사장 임명 과정이 권력의 자기 사람 심기임을 알면서도 비판적 언론인임을 자부해온 정 사장이 권력의 낙점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에 대한 정 사장의 진지한 사과가 있어야 하고 KBS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지켜내기 위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정연주 사장을 원치 않는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인 박승규(시사보도팀 기자) 후보는 “정 사장 재임 기간에 가장 큰 문제가 편파 보도였고 정 사장이 연임이 돼 가장 우려되는 부분도 이 문제”라며 “공영방송의 위상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코드 방송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이날 오전 취임식을 갖지 않고 사내 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낭독했다.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조직의 이완, 무사 안일주의와 도덕적 해이 등 팀제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모든 권력으로부터 KBS 독립성을 지켜내는 일이 가장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도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24시간 뉴스 채널을 준비할 것”이라며 “임기 중 ‘재원 공영화’를 실현하겠다”고 말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의 인상을 추진할 뜻을 밝혔다.

한편 한국사진기자협회(회장 최종욱)는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KBS 소속 청원 경찰들이 취재 중이던 동아일보 전영한 기자를 집단 폭행하고 중앙일보 박종근 기자의 카메라 장비를 파손한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책임자인 정 사장과 담당자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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